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봉규 PHILIP Apr 26. 2021

[구글 스프린트] 문제해결 · OKR

디자인 스프린트 23.

OKR & SPRINT with 이병훈 소장


SPRINT는 왁자지껄 한 브레인스토밍 보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시간을 개인에게 충분하게 쥐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저자 제이크 냅이 구글에서 지메일 개선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은 인사이트였다. 첫째, 개인적으로 작업하기 둘째, 프로토타입 제작 셋째, 피할 수 없는 마감 이 세 요소를 제이크는 마법이라고 부르며 이 마법을 스프린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요컨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주문이라는 것이다.


Objective Key Result · OKR은 조직 전체가 동일한 사안에 관심을 집중하도록 만들어 주는 경영 도구라는 말로 개념화되어 있다. 하지만 구글이 일하는 방식 또는 구글이 성과를 창출한 방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나 역시 경영 도구라는 말보다는 성과를 내는 최신 기법쯤으로 그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 사실 Management By Objectives · MBO와 무엇이 크게 다르겠냐 싶었었다. 한데 OKR 연구 중인 이병훈 소장이 내게 한 묶음 자료를 가져왔다. 요약 자료라면서 스프린트와 연관성이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져온 아이디어들은 인쇄해 온 종이만큼의 가치도 없다. 정말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은 적은 거의 한 번도 없다. 어려운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은 아이디어에서 한 발짝 나아가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아이디어에 적합한 형태를 찾아내는 일이 어려운 것이다. 소비자들이 그 상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것을 이용하는 법을 이해하고, 그것에 돈을 지불할 만큼 소비자들을 신나게 만드는 형태여야 한다. 그 점이 정말 어렵기 때문에 이 일을 하려면 한 팀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난이도가 확 높아지는 때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단계를 뛰어넘는 데 실패한다. 사실 아이디어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사수하는 일이 중요하다."





① 그들이 가져온 아이디어들은 인쇄해 온 종이만큼의 가치도 없다


② 아이디어에 적합한 형태를 찾아내는 일이 어려운 것이다


③ 그 점이 정말 어렵기 때문에 이 일을 하려면 한 팀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④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사수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네 문장만으로 OKR이 스프린트와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라고 반문하겠지만 나는 문단 전체를 읽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 첫 문장은 제이크가 브레인스토밍 하지 말고 스프린트 해라 · Stop Brainstoriming and Start SPRINT라는 말 속뜻이었고, 스프린트 목적은 ② 문장과 다를 바 없다. 한 팀을 강조한 것 역시 제이크가 오션스 일레븐을 인용한 오션스 세븐이다. 마지막 ④번은 마법 같은 요소라고 한 그 시간에 대한 성찰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그 활용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긴급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개념적 요인은 동일하다.



스프린트 시작은 월요일 '도착점에서 출발하기' 활동으로 여기에는 ‘장기 목표 설정' '스프린트 질문'이 한 세트이다. 이 세트 결과물이 바로 공감 지도이다. 이 스프린트 출발점을 이해할 수 있는 OKR 사례는 고든 무어(Gordon Moore, 1929 ~ ) 인텔 명예회장이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인텔에서 일하던 시절, 우리는 어려운 결정에 직면할 때마다 떠올려보는 이야기가 하나 있었지. 1980년대에 일본 회사들이 메모리 분야에서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었어. 인텔의 손실이 점점 늘어나면서 내부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열띤 논쟁이 벌어졌지. 정말 격렬한 논쟁이었다네."


"만일 우리가 잘리고 이사회가 새 CEO를 영입한다면 그 새 CEO는 어떻게 할 것 같은가?" 고든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네. "우리가 메모리에서 손을 떼게 만들겠지" 자네와 내가 문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걸세. 바로 우리가 그렇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 아마 자네들도 그다음 이야기는 알겠지. 그게 인텔을 훨씬 큰 성공으로 이끌었다네."


"그래서 친구들, 자네들이 만일 새 CEO로 고용된다면 어떻게 할 텐가?"


"네! 진지하게 이 방향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군요. 큰돈이니까요. 하지만 전 우리가 이쪽으로 일을 진행하면 품질을 낮추라는 압력을 받지 않을까 걱정돼요"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형편없는 제품을 파는 회사를 세우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런 회사는 장기적으로 절대 성공하지 못해요. 그저 그런 차를 팔고 싶었다면 비글로우에 취직했을 거예요. 아니면 셀레셜 시즈닝스나요.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이 일을 하는 거예요. 그걸 답습하는 게 아니라요"




① 인텔의 손실이 점점 늘어나면서 내부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열띤 논쟁이 벌어졌지.


② 만일 우리가 잘리고 이사회가 새 CEO를 영입한다면 그 새 CEO는 어떻게 할 것 같은가?


③ 그래서 친구들, 자네들이 만일 새 CEO로 고용된다면 어떻게 할 텐가?


④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이 일을 하는 거예요.



①번 문장은 스프린트 '도착점에서 출발하기'를 상징한다. ②·③번은 스프린트가 얻어야 할 장기 목표를 얻는 질문과 같은 맥락이고 또한 스프린트 핵심 질문도 이와 유사하다. 마지막 ④번 문장은 제이크가 2011년 구글 벤처스 CEO 빌 마리스 · Bill Maris를 만나 그와의 대화에서 얻은 영감을 스프린트 도착점에서 출발하기로 삼은 것과 같다. 세상을 더 낫게 변화시키도록 돕는 것이 스프린트라고 한 말이다. 여기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들고 싶다는 내 다짐까지를 포함하면 스프린트를 탐구하면서 내 잠재의식으로 OKR이 켜켜이 쌓이고 있는 것을 이제야 알아챈 것이다.



OKR은 '목표 · Objectives'와 '핵심 결과물 · Key Result'가 골자다. MBO와 비교하면 현실적이지 않은 개념을 다이어트 한 스피디한 체형을 만드는 데 성공한 듯하다. 이 구조 역시 스프린트 '장기 목표'와 '핵심 질문'을 연상케 한다. 공통점은 '어려운 목표여야 하고 영감을 줘야 한다'라는 점이고, 다른 점은 OKR 핵심 결과물은 측정 가능해야 하는 반면 스프린트 결과물은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Google Objectives Key Result




Google SPRINT



전개 방식 역시 유사하다. 단계로 치면 5단계이지만 이는 모두 Day 개념이다.


Day 1 월요일,

스프린트, 장기 목표 선정과 타깃 고객 선택 타깃 고객 선정

OKR, 목표 선정

핵심 활동 의미, 목표는 어렵고 영감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Day 2 화요일,

스프린트, 솔루션 스케치

OKR, 측정 가능한 핵심 결과물

핵심 활동 의미, 애자일 기법



Day 3 수요일,

스프린트, 결정

OKR, 타깃

핵심 활동 의미,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해 집중하고 싶은 한 가지



Day 4 목요일,

스프린트, 프로토타입

OKR, 포커스

핵심 활동 의미, 황금사과를 줍지 마라



Day 5 금요일,

스프린트, 테스트

OKR, Quarter

핵심 활동 의미, 학습· Learn & 성찰· Reflection




OKR은 존 도어(John Doerr)가 직접 쓴 구글 성공 스토리이다. 1970년 대 인텔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앤디 그로브(Andy Grove, 1936 - 2016)로부터 직접 배운 기법이라고 밝혔다. 이 OKR을 1999년 존이 구글에 적용하면서 구글의 일하는 방식이 되었다. 짐작건대 2007년 구글에 입사한 제이크는 이 OKR을 자연스럽게 습득했을 것이다. 스프린트 계기가 된 2009년 지메일 개선 프로젝트 역시 OKR 기법이었을 것이다.


이 짐작이 맞는다면 제이크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숫자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깨달은 것 같다. 숫자의 특징은 목표를 각인시키고 피할 수 없는 마감 시한으로 사안의 긴급성을 강조하는 데에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스프린트 식 대화를 추동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테면 숫자의 함정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이 대안으로 삼은 것이 바로 이미지 즉, 스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숫자를 정하는 일은 숱한 이해관계를 따져야 한다. 영감보다는 사실과 설득에 집중해야 한다. 반면에 스케치는 상상과 이해를 돕는다. 스프린트와 OKR 모두 Day 3 활동은 결정이다. 이 결정을 위한 뜨거운 논쟁과 치열한 토론은 동일하다. 다만 존 도어의 OKR은 영감과 숫자를 타고 Day 3에 도착하는 것이라면 제이크의 스프린트는 상상과 자유의지로 결정의 장에 등장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마치 그간 숱하게 해 온 논리를 주요 뼈대 삼았던 내 문제해결 방식을 이제는 대화로 푸는 방식으로 발전시키고자 마음먹었던 그때 그 심정을 제이크는 이미 경험한 바 내가 도착해야 할 그곳까지 길 위 이정표로 서 있는 것과 같았다.



스프린트 23. 구글의 성과를 낸 OKR, 구글 벤처스 성과를 낸 SPRINT



#BigProblem #어려운문제 #Remotework #리모트워크 #SPRINT #스프린트 #문제해결 #존도어 #OKR

















매거진의 이전글 [구글 스프린트] 문제해결 · Yes, an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