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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Aug 14. 2021

[H갤러리] 잔디밭 스프링클러 · 1967

데이비드 호크니(1937 ~  , 영국)

David Hockney. A Lawn Being Sprinkled. 1967

    scmp.com



8월 컬렉션. 데이비드 호크니



속상한 일이 있어 이 작품 A Lawn Being Sprinkled(1967)을 보고 또 보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친구한테 들은 얘긴데라며 토를 달고 하소연을 해볼까도 싶었다. 한데 스프링클러가 하염없이 물을 뿌려대는 통에 피할 곳 찾기도 전에 몸이 젖고 속상한 마음까지 젖었다. 애써 피한다고 될 일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이 잔디밭 마냥 종일 쿨러가 내뿜는 물기를 맞고 그러다 보면 초록초록 해 질 것이다라고 마음 고쳐 먹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 작품 여러 오브제 중 스크링 쿨러가 물을 뿜는 과정을 세밀하게 붓질을 했다고 한다. 딱 꼬집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쿨러를 떠난 물길이 3단계 과정을 거친 후 잔디밭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잔디밭으로 떨어지는 것은 물이 아닌 빛이다. 호크니는 쿨러가 분사하는 물줄기 중 마지막 단계 즉, 빛처럼 사라지는 과정을 가장 그림답게 그리고 싶었다고도 한다. 괴짜다운 발상이다. 실제로 호크니가 이 작품에서 구사한 이 테크닉은 수영장 연작을 이어가는 데 있어 중간 다리 역할을 했다. 이 작품 감상 포인트 또 하나는 스프링클러를 떠난 물기둥이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점이 특별하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호크니 인터뷰는 아직 찾지 못했다. 짐작컨대 호크니가 거주하고 있던 1967년 당시 로스앤젤리스 사람이 사는 삶의 방식을 상징한 것은 아닐까 싶다. 자신의 고향 요크셔와는 다르게 관습과 인습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을 만끽한 호크니였기 때문이다. 그 기운은 새로운 도전을 추동했고, 그 서슴없이 시작한 일이 바로 이 작품 속 핵심 오브제 인 스프링클러가 분사하는 물줄기이고, 이 물줄기는 여느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물안개로 변화하는 모습을 거쳐 빛으로 잔디밭에 내려앉는 환상적인 연출을 그립답게 그려냈다. 마치 속상한 내 마음이 인기척도 없이 사라진 까닭을 호크니가 그림으로 일러주는 듯싶었다. 게다가 속상한 일도 내 삶의 한 편린의 빛이니 그리 애태우지 말라고 위로를 해 주는 것도 같다.

 


전략컨설팅[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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