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1937 ~ , 영국)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The Arrival of Spring in Normandy. 2020. 작품을 조미진 cho mijin 작가께서 내게 보내셨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발이 묶인 호크니가 노르망디에서 1년여를 지내면서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이다.
Woldgate 시리즈 속 대작은 없다. 하지만 볼드게이트 연작과는 다른 색감이 즐비하다. 지난 9월 막을 내린 영국 로열 아카데미 전시회 인터뷰에서 이번 노르망디 시리즈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슬픔과 좌절감에 빠진 모든 이에게 희망과 따듯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자연이 내 준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해서 그런지 호크니는 자연이 발광하는 색 그대로 한치 왜곡 없이 화폭에 담았다. 그림을 가장 그림답게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게 말이다.
조미진 작가께서 보낸 작품 대부분은 검색으로는 찾아볼 수 없다. 그중 추수를 마친 들판을 차지한 흰 눈이 아스라이 머문 자리를 신비롭게 담은 감성은 그대로 안기고 싶을 정도다. 추위에 얼어붙었을 법한 대지를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든 셈이다. 마치 우리가 사는 공간이 지금은 비록 겨울 같을지라도 활력만큼은 잃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 삶이 고될지라도 아름다움만큼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들리는 듯도 싶다.
자연은 늘 우리에게 그런 존재였음을 숱한 말보다는 호크니 그림 한 편이 더 강렬하고 감동적이다. 사진으로 보는 그림일지라도 묵묵히 나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이가 자연이었음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호크니가 매번 인터뷰 때마다 이번 노르망디 시리즈는 자연이 호크니 자신을 통해 우리에게 보내는 희망의 선물이라고 말한 것이었다. 한데 자연에 대한 호크니 경외심이 지난 볼드게이트 때와는 사뭇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대자연 앞에서 재롱떠는 아기처럼 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