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1887 - 1985,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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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컬렉션. Marc Chagall(1887 ~ 1985, 러시아)
새해 첫날 첫 커피를 내렸다. 첫 번째 카카오 톡 메시지는 동해 일출 사진이었고, 내 첫 번째 답변은 와우~였다. 첫날여서 새 옷을 입고 문밖으로 처음 나섰고, 첫 번째 만난 사람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했다. 하지만 반가운 맞장구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는가 싶다. 나도 살짝 민망했다. 그도 나도 새해 첫 겸연쩍음이다. 이런 일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새해 첫 다짐으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 사람에게 새해 안부를 보내고 싶었지만 이내 그 마음을 거뒀다. 새 날 첫 번째 망설임이다. 쌀 씻은 물을 개수구에 부으면서 그래도 인사는 할까 첫 미련도 떨었다. 밥솥이 첫 번째 질주를 하는 사이 노트북을 열고 첫 검색어로 SUNSET을 입력했다.
새해 남아 있는 날 수만큼 그림이 쏟아졌다. 그중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작품이 샤갈의 1967년 작 SUNSET이다. 샤갈이 80세에 그린 작품이다. 1944년 그의 뮤즈이면서 첫 부인인 벨라 로젠펠트가 죽고, 1952년 만난 발렌티나 바바 브로드스키와 재혼한 사실에 비춰보면 작품 속 여인은 바바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바다에 잠긴 붉은 태양, 그 위 붉은 꽃다발과 붉은 옷을 입고 있는 바바에게 샤갈은 자기 사랑을 온전히 안기고 싶은 심정을 말하지 않아도 느낀다. 세 오브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단색 처리한 것을 보면 그렇다. 일편단심 바바를 향한 마음 같았다. 한데 작품 우상단 한 여인이 눈에 띈다. 혹시 벨라일까. 바바를 위한 작품 속에 샤갈은 벨라를 출연시킨 것일까.
벨라는 샤갈의 마음 깊은 곳에 있을 뿐이다. 그 심경을 비취색 바다 수면에 띄운 것이다. 이를테면 회상이라고 할 수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런 벨라가 두 손 모아 내민 바구니 안은 선물로 가득했고, 총천연색이다. 마치 벨라도 우리 둘을 축하하고 있다는 말을 바바에게 샤갈은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샤갈의 사랑하는 마음이 첫사랑이 내린 듯 내 마음으로 들어와 새해 첫 희망을 안긴다. 올해 중 그 사람을 그 마을에서 만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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