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규
올 사월에는 활짝 핀 철쭉을 볼 수 없습니다. 동네 근처 공유지에 매년 꽃 피는 철쭉을 보며 봄을 탐하곤 했지요. 한데 오늘 아침 들른 철쭉 자리에는 가지가 쓱싹 잘려나간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꽃 가지가 휴식 공간을 심하게 침해했다고도 볼 수 없는데 말입니다.
몇 년을 더 견뎌야 새로 돋는 꽃을 볼 수 있을 텐데, 그 시간까지 매년 제 봄은 어디서 탐을 내기 시작해야 할까요. 들어보니 이곳 관리소장이 새로 부임했다고 합니다. 그 일과 이 일이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옛것은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이 꽃나무 가지치기로 보인 걸까요. 서운하고 섭섭합니다.
이 가지치기가 철쭉 꽃을 되레 더 건강하고 생생한 꽃을 피우는 데 전문가 식견으로 둔 신의 한 수였기를 바랄 뿐입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이 일을 의미 삼아 처리하지 못하고 방치한 제 묵은 짐도 덜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설 명절이 코앞이니 적절한 때인듯합니다.
#철쭉꽃 #가지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