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봉규 PHILIP Jan 10. 2022

[삼삼한] 목표, 작심삼일 돌파

#한봉규

PHOTO BY cho mijin


목표를 세우고 가장 힘들다는 삼 일째,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몇 가지 변명 삼아 탓을 하면 우선 목표를 세우고 삼 일째가 마침 주말이다. 모든 이가 누려야 할 휴식 시간 주말 말이다. 지난 한 주는 매우 바빴다. 새 목표를 찾으려고 고민했고, 신년회도 참석했다. 으레 그렇듯이 신년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들뜬 기분을 만끽했다. 이맘때 아니면 이 기분은 경험할 수 없다. 마음의 양식처럼 쌓아 놓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목표와 상관없는 일과일 뿐이다. 그나마 새 목표 세운 일이 위안거리다. 지금까지 하지 않은 일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역시 힘들다. 


목표는 왜 작심삼일이 됐을까(그렇다고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방금 탓할 거리 모두는 사실 작심삼일에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 목표를 세우고 뇌가 저항하지 않게 실패할 수 없는 작은 목표를 일과 삼고, 포스트잇에 목표를 쓰는 것까지 스무스했기 때문이다. 한데 목표를 사 일째로 이어갈만한 동력을 찾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다. 그렇다면 사 일째 목표 동력은 무엇이어야 했을까? 그것은 바로 시간 확보였다. 오늘만큼은 반드시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 과정 커리큘럼을 짠다고 선언할 때, 그 일을 시작할 시간을 확보했어야 했지만 거기까지 계획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해야 한다. 일과 대부분은 매일 반복하는 것이고 습관처럼 되어 있는 것이다. 해서 그 일은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이를테면 주말 들뜬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주말은 목표 행동을 계획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는 말이다. 다만 하루도 거르고 싶지 않다면 시간을 미리 챙겨둬야 한다. 하지만 주말은 온전히 내 시간 같지만 남의 시간이기도 한 점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문득 몇 해 전 대학원 통계 수업 첫날 에피소드가 떠 오른다. 교수 님은 "통계를 잘하고 싶은가요?" 물었다. 뻔한 답변을 내 논 우리에게 "그럼,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훈련하시면 됩니다. 끝." 이게 전부였다. 우리는 서로 뻥친 얼굴을 마주할 사이도 없이 그 시간부터 몸이 반응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며 지혜를 모으고, 의견을 공유하고 그랬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과제를 받은 금요일 저녁부터 제출해야 할 월요일 정오까지 밥 먹고 물 마신 일을 빼고 통계를 돌리는 데 주말을 온통 다 써야 했다. 그렇게 15주를 보냈고, 성적을 받고 좌절은 했지만 신기한 일을 경험했다.


후배가 통계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한번 봐 주마했다. 후배는 물리기 없기라며 광속으로 데이터를 내게 보냈다. 논문 가설을 확인하고 데이터를 열자마자 나는 후배가 고생하는 부분을 단박에 알아챘다. 거드름을 피우며 요모조모 후배에게 조언을 마치고 내가 남긴 말은 놀랍게도 '논문 통계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해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필수 과목 이수라는 강제성이 동력이었겠지만 목표를 이룬 다음까지 통계는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통계를 익혔기 때문이다. 목표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까닭을 알았다. 자발적 목표에는 스스로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도 목표를 달성하는 한 방편이라는 말도 실감한다. 깨달은 바가 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하는 일이 목표의 작심삼일을 막는 방법으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결정적 성공 요인이다. 요컨대 앞서 꺼낸 에피소드 한 대목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찾으면 '주말 내내'라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실행 계획을 세우는 질문이고 연결고리이다. 목표와 시간 간 관계에서 고전 진리처럼 인용하는 아침형 인간 · 저녁형 인간은 이 맥락이다. 그래서 바람 앞에 꺼질 듯한 작심삼일의 불꽃을 바다가 잠드는 시간 한 밤에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로 되살려 놓겠다. 나는 자정형 인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삼삼한] 목표, 오늘만큼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