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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Jan 31. 2022

[삼삼한] 1월 · H갤러리 매거진 다운로드

#한봉규

"나는 벨라를 위해 기념비적인


"나는 벨라를 위해 기념비적인 작품을 한 점 완성했다. 바로 '검은 장갑을 낀 피앙세'이다. 단정하게 다문 입술과 두 손을 허리에 댄 모습으로 나는 엄격한 인상의 벨라를 표현했다. 아, 운명적인 벨라와의 만남, 그녀는 나를 기다릴 것이다···.


1909년 벨라를 만난 해 그날 샤갈은 침묵이 흘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침묵은 나의 것, 그녀의 눈도 나의 것, 마치 그녀가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고 나의 유년 시절과 현재, 미래까지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벨라가 자신의 아내임을 알았다고도 했다.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눈, 그녀의 검은 눈은 얼마나 크고 둥근지! 그것이 바로 나의 눈, 나의 영혼이었다'


그렇다면 벨라는 샤갈을 본 첫인상은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그 기록을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샤갈이 남긴 기록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특히 샤갈의 비테프스크 화실에서 기꺼이 모델로 선 벨라에게 샤갈은 한 편의 시와 같은 글을 남겼다.  


'방 안은 어둡고 나는 당신에게 키스를 했지. 당신은 나를 위해 포즈를 취했고. 아, 당신의 하얗고 둥근 몸, 내가 어떻게 당신의 순결한 몸을 만졌을까.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드를 봤는데! 당신은 몸을 구부렸지. 나는 당신을 그렸어. 그리고 성스러운 양 그 그림을 벽에 걸었지'


샤갈의 뮤즈가 된 벨라, 그 감격을 샤갈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성모보다 더 순결하고 아름다운 벨라', 이 성스러움을 샤갈은 한 폭의 그림으로 남겼다. 그것이 바로 '검은 장갑을 낀 나의 피앙세(1909년)'이다. 검은 배경에 흰 드레스를 입은 벨라의 모습은 벨라를 처음 본 그날의 아름다움을, 허리에 양손을 댄 벨라의 포즈는 샤갈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그 까닭을 말한다. 그리고 벨라의 이목구비에는 그 앞에 무릎 꿇고 고해성사를 하는 샤갈의 영혼이 고스란하다. 벨라는 샤갈의 시였고시어였기 때문이다. 


샤갈의 시적 레토릭이 보석처럼 빛나는 작품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이 작품이 으뜸이다.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의 기억을 이처럼 생생하게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볼 때마다 내 기억은 그날 그곳으로 날아간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와 수수한  빛을 받으며  앞에 섰던  사람, 첫 만남 그 사람 눈동자는 고요한 호수 같았다. 우리 사이에도 침묵이 흘렀었다. 하지만 내 침묵은 시가 되지 못했다. 나의 시는 그날이 애달프다. 아, 그런 날은 흰 눈이 내 영혼을 밤새 뒤덮는다.



참고: 김종근. 샤갈 내 영혼의 빛깔과 시


설날 명절 복 많이 받으십시오. H갤러리 그림과 글을 애정해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온 한 해도 좋은 일 많이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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