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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한엄마 Oct 17. 2022

#4.청춘에 대하여

40대 철학으로 ‘변’해 다시 ‘태’어나는 아줌마 이야기

들어가며

  이 지면을 통해 본인은 시대별로 철학자 5인과 함께 내 인생을 대입하는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다. 글을 쓰기 전에 극동 아시아에 사는 나와 반대 방향인 서양 철학자의 생각이 별로 관련 없다고 생각했다. 인생을 이야기하며 같이 철학자를 접목하면서 깨달았다. 의외로 내 삶의 방향을 바꾼 이유 속에 이 철학자들의 사상이 들어가 있었던 게 아닐지. 

 서양 철학자와 함께 내 과거로 돌아가 본다. 내 20대 청춘. 나는 어떤 삶을 원했었나? 생각보다 나는 처음 이상과 꽤 많이 다른 곳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서양 철학자들이 시대와 상황이 바뀌면서 전체적인 결이 바뀌듯이 말이다.     

1.      

나는 태어나 완벽한 삶을 꿈꿨다. 누군들 안 그랬을까? 내가 생각한 완벽함은 권력을 얻어 다른 사람보다 강한 사람이 되고자 함이었다. 학교에서 권력은 성적이었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탁월한 성적을 받기 위해서 라이벌을 설정하고 그를 이기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마치 칸트처럼 삶에 규칙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오차가 있으면 견디지 못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한참 예민한 시기인 고3 시절,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인기 많고 공부 잘하던 반장이 조현병에 걸렸다. 그 친구의 뇌 모니터에서 실재하지 않는 내가 마음대로 악행을 저지르며 지냈다고 주장했다. 같은 반 친구들은 나보다 반장의 주장을 신뢰했다. 실존하는 나보다 한 반 대표의 머릿속 이미지인 나를 사람들이 믿고 판단했다. 최선을 다해 버티고 대학에 들어갔다. 그 이후에 나는 정신적으로 무너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계속 되뇌는 삶이 시작됐다. 라이프니츠의 ‘예정조화설’처럼 나 또한 이런 억울하고 힘든 세상이 명쾌하게 해석되기를 바랐다.     

2.

로크는 경험을 통해 지식을 만들고 시대가 지나지 않아도 변하지 않는 자연법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런 내용을 기초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계약을 하고 지내고 있다 얘기했다. 내 사회가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옮겨가며 큰 변화를 경험했다. 내 선택권이 커진 만큼 혼란스러웠다. 법학 전공이었기에 같은 과 친구들의 방향은 사법고시 합격과 법조인이 되는 것으로 몰려있기는 했다. 교수님들은 수능과 내신처럼 학점 관리와 사법고시는 매우 다르다고 하셨다. 나는 학점보다 사법고시를 향해 매진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두 명 교수님께 들었다. 내 담당 교수시기도 했던 민법 전공 강교수님께 물어봤다. 도대체 그 둘의 차이나 뭐냐고.

“경험이지. 학생을 보면 알아요.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그렇게 교수님은 본인의 경험을 기초로 내 인상을 보고 결론을 내렸다. 선택과 집중. 로크의 사회계약같이 암묵적으로 내 미래를 교수님 조언으로 결정했다. 학교에서는 솟을 관이라는 고시 전용 숙소가 있었다. 이곳에서 열심히 공부해 보고자 도전했다.     

3.

교수님들의 확신에 찬 생각은 결국 잘못된 것으로 끝났다. 강교수님같은 말씀을 해 주셨던 상법 전공 오교수님은 2002년 어떤 일을 겪은 이후 내 눈빛이 바뀌었다며 다급하게 학생 상담 센터를 소개해주셨다. 2002년 3월에 내 목표는 끝났다. 흄은 우리는 영혼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그게 맞는 주장이란 생각이 2002년, 월드컵의 열기와 붉은 악마와 함께 시작됐다. 그 전년도 00학번 언니들의 모의 헌법재판을 보면서 곁에서 도와주던 선배 언니로 만났다. 99학번 언니였던 하지혜 선배님. 2년 후배인 나를 귀엽게 여기며 만나면 꼭 식사 후 매점에서 후식을 사 주기도 했다.

 갓 2학년이 된 3월, 학회 안에서 이상한 이야기가 돌았다.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실종 후에 시체가, 시체 후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가 하지혜 선배 이야기라며 신문에 실렸다. 아침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사법시험 성공담을 얻고 싶었던 사촌으로서 만남이 이성간 만남으로 이상하게 변화됐다.

 허탈했다. 신은 있나? 본인이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도 타인의 오해로 생명이 없어지기도 하는 삶. 성실했던 지혜 선배는 억울한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돈이라는 권력으로 선배 명예를 끝없이 실추시켰다.     

 

4.


 이런 일을 당한 후 나는 흡사 볼테르 같은 성향을 강하게 풍기는 대학생이 되었다. 매사 사회에서 가라는 길과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세상에 대해 반기를 들고 싶었다. 볼테르가 그 당시 대다수가 광신했던 성경과 기존 관습에 비판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볼테르와 같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는 못했다. 소심하게 내 주변에 대해 비난하고 비판하며 지금의 쾌락, 즉 현실 행복의 길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5.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나는 의미 없이 학교를 오갔다. 주말마다 외출하는 군인 남친과 데이트했다. 주중에는 교수님들을 제외한 여성으로 이루어진 수녀원 같은 학교 안에 들어가 계속 내면은 탐색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매여 있다
루소 저서 『사회계약론The Social Contract』(1762)의 첫머리

결국 루소의 생각으로 돌아갔다. 밖에서는 더 이상의 자유가 자유가 아니었다. 다시 법으로 돌아가 사회적 계약으로, 법이라는 테두리를 통해서만이 인간으로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기자 시험에 한 번 도전 후에 깨끗이 꿈을 접었다. 이때 남편은 취업에 성공했다. 바로 사회 일원으로 한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일찍 가정을 꾸렸다.     


나가며  

   

 결혼 후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딸 셋을 낳은 엄마가 되었다. 벌써 마흔. 이제 청춘을 지나 중년이 되었다. 내 청춘은 마치 1700년대 사회와 종교 그리고 내면의 조화를 생각했던 서양 철학자들의 생각과 많이 맞닿아 있었다. 그 이후 철학자들은 내 삶 어느 면과 만날까? 궁금하다.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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