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네 멋대로 행복하라'를 보여주는 자유로운 도시 여행
뉴욕은 17살 때부터 꼭 가보겠노라고 다짐했던 도시였다. 박준 님의 책 <네 멋대로 행복하라>를 읽고 마음속으로 깊이 뉴욕을 꿈꿨다. 이 책의 글과 사진에서 전달되는 속이 뻥 뚫릴 것 같은 자유로움과 다채로움에 나도 모르게 내 멋대로 행복하고 있었다. 꼬박 6년 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온 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도시로 뉴욕을 택한 건, 그때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였던 것 같다. 가고 싶은 곳을 하나도 놓치지 않도록 꼼꼼하게 여행 계획을 세웠다. 뉴욕 여행이 다가올수록 마음에서 뭔가 몽글몽글한 게 솟아올랐다. 뉴욕은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도시였으며, 동시에 5개월 간의 미국 생활을 의미 있게 마무리해줄 도시였다. 9박 10일간의 뉴욕 여행이 재미있게 펼쳐질 예정이었다.
플러싱 지역에 숙소를 잡아 뉴욕 시내를 여행하려면 지하철을 타고 무조건 타임스퀘어로 나와야 했다. 플러싱 종점에서 타임스퀘어 종점으로 이어지는 지하철을 타면 여행의 하루가 시작되었고 끝이 났다. 그 덕에 주중과 주말을 더해 북적북적한 타임스퀘어를 원 없이 보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시도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삐까번쩍 화려한 간판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지하철과 어울리는 뉴욕의 중심가였다. 한 도시를 구성하는 것 중 가장 문화와 맞닿아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도서관에 갈 때마다 감탄이 나왔고, 여유롭고 세련된 거리를 걸으며 구경하는 이름 있는 빌딩과 작은 소규모 샵들을 둘러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도시의 반듯함에 조금 지칠 때면 나오는 센트럴파크와 브라이언 파크 등에서 잠시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었다.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는 도시였다.
매일 다른 색깔의 하루가 펼쳐졌다. 전혀 다른 색깔의 두 뮤지컬을 숨죽이며 보았고, 록펠러센터 전망대를 해가 지기 직전 시간으로 예약하여 올라가 뉴욕을 사면으로 위에서 바라보았다. 청명한 날씨에 솔솔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때 보고 싶었던 브루클린 브릿지를 느릿느릿 걸어가 보았다. 루즈벨트 트램을 타고 맨해튼에서 루즈벨트 섬으로 건너가 보기도 했고 무료 페리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UN을 방문해 인도 옷을 입은 한국인 담당자에게 설명을 들었다. 거리를 걸을 때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 옆을 슥슥 지나갔고, 바로 알아차릴 수 없는 다양한 언어가 자유롭게 들렸다. 10일을 머물렀던 여행이었지만, 매일매일 다채로운 볼거리와 시끌벅적한 소음과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도시였다. 뉴욕에서 나는 6년 전에 읽었던 책의 제목처럼 '네 멋대로 행복하라'를 이루었나.
이루었다.
이 도시는 독특하게 편안했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이 도시는 있는 그대로 받아줄 것 같았다. 너무나도 이상하고 다르고 특이하고 무신경하며 동시에 재미와 걱정을 모두 나눌 도시니까. 그런 모습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저마다의 모습으로 여행하며 살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네 멋대로 행복한 도시인가 보다. 나와 같음, 그리고 나와 다름을 느꼈던 뉴욕 여행. 왜 이 사람들이 끝없이 'I♡NY'을 외치는 지도 알 것 같다. 도시는 사람처럼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 도시를 보고 한없이 놀랐고 동시에 조금은 낯선 편함을 느꼈던 시간을 기억한다. 그동안 뉴욕 배경의 영화를 자주 보고 있다가, 뉴욕에서 즐길 수 있는 그림과 뮤지컬과 음악을 더 풍요롭게 즐기고 있다가, 감정이 더욱 풍성하고 여유롭게 번져있을 때, 꼭 다시 한번 뉴욕에 방문하고 싶다. 더 넓어진 시선과 깊어진 경험으로 뉴욕 거리를 즐겁게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