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2막, 도시를 느끼고 추억을 담고

독일, 뮌헨

by 여행작가 Q

야간열차를 타고 도착한 뮌헨에서 보낸 느슨하고 즐거운 하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8시 31분에 출발하는 침대열차 쿠셋에서 밤을 보냈고, 다음날 오전 7시 10분에 독일 뮌헨에 도착했다. 2층 침대가 두 개 있는 아담한 4인실 쿠셋에서 푹 자고 나니 뮌헨에 도착해있었다. 어디서나 잘 자는 나는 여기서도 숙면을 취해 친구가 깨워주었다. 쿠셋에서의 하룻밤은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무척 설레고 신났다. 마침 같은 쿠셋을 공유하는 승객이 인상 좋은 인자한 할아버지였고 또 밤늦게 탑승하셔서, 그전까지 우리끼리 맘껏 쿠셋을 즐길 여유가 있었다. 창밖으로 하늘, 집, 나무가 보이고 해가 지고 밤이 오는 게 보이는 유럽 풍경을 보니 내가 하고 있는 여행에 더 두근거리는 마음이 들었다.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잠을 자고 창밖을 바라보면서 자는 일은 너무 신나고 낭만적이라며 침대 머리맡 조명을 잠시 켜서 기어코 일기를 몇 줄 남기고 잠이 들었다. 그 날의 일기장 한 페이지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썼다. '여행 2막 Viva, 청춘!'


뮌헨은 위치적으로 유럽 여행객이 많이 거쳐가는 도시라던데, 도착한 뮌헨 중앙역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날씨도 기온이 올라 몸이 조금 더 가벼워졌다. 우리는 역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로 했다. 따뜻한 코코아와 얇은 햄이 끼워져 있는 커다란 프레즐을 아침으로 먹었다. 빵을 고르다 보니 종류에 햄과 소시지가 많았는데 여기서부터 벌써 독일산 소시지를 기대하게 되었다. 이 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묵었던 호스텔 조식에서 다양한 햄이 제공되어 기대가 충족되었다. 아침을 먹은 후 우리는 숙소 카운터에 짐을 맡기며 얼리 체크인을 하고 오전부터 곧장 뮌헨 여행을 시작했다. 숙소가 중앙역 바로 근처에 있었고, 또 여기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뮌헨 시청사가 있는 도심이 나와서 기분 좋게 걸어갈 수 있었다.


뮌헨의 도심으로 왔는데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옷가게가 좌르르 보여서 살짝 당황했다. 그렇지만 여기 있는 가게를 하나씩 들어가며 뮌헨의 일상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그러다 우리는 11시에 맞춰 그곳으로 향했다. 바로 시계탑 안에 있는 인형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려는 것.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하늘 높이 우뚝 솟아있는 시계탑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하늘로 돌렸다. 따사로운 햇빛을 맞으며 인형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보았지만, 사실 탑은 너무 높고 인형은 너무 작아서 눈에 담기 어려웠다. 카메라에 잘 담아두어 두고두고 볼 수 있었다. 다 보고 나서 근처 빅투알리엔 시장을 천천히 걸으며 구경했다. 각종 과일도 구경하고 핫도그 가게에 들어가 오리지널 소시지 핫도그를 테이크 아웃해서 근처 잔디밭에 앉아 먹었다. 뮌헨에서는 저녁에 HB(호프브로이하우스)에 가서 슈바인학센과 맥주를 먹는 계획 말고 특별한 일정을 세워두지 않아 처음으로 여유로운 오후를 만끽했다. 잔디밭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오전에 걸었던 거리를 오후에 다시 걸었다.


저녁이 되어 HB에 들어갔다. 조금 이른 저녁시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아이들을 데려온 대가족과 공유하는 테이블 두 자리를 안내받아 앉았다. 슈바인학센과 각자 먹고 싶은 맥주를 주문하고 서로 사진 찍어주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아 있는 성격 좋은 아저씨가 우리 보고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셨다. 호탕하게 웃으며 나의 흰색 카메라를 들고 찰칵 사진을 찍어준 덕에 맥주잔을 입가에 댄 우리 모습이 함께 프레임에 잡혔다. 이 곳은 정말 시끌벅적했다. 엄청 규모가 크고 음악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바쁘게 웨이터가 다니는 오픈된 공간이었다. 흰 셔츠에 자주색 조끼를 입은 아저씨 악단이 몸이 들썩들썩 움직이는 신나는 음악을 계속해서 연주해주었다.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 주에서 즐겨 먹는다던 음식 슈바인학센 맛은 잘 양념된 부드러운 돼지고기 족발 맛이었다. 함께 나온 으깬 감자랑 먹으니 별미였다. 무알콜 밀 비어를 시킨 나도 얼굴이 조금 붉게 달아오르고 재미있게 이 공간을 느꼈다. 독일의 맥주사랑은 가까이에서 보니 더 신기하고 놀라웠다. 유쾌한 하루였다.




맥주를 물처럼 마시는 도시 뮌헨 여행


독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맥주'다. 독일은 어떤 주류 브랜드보다도 그냥 맥주 그 자체가 떠오른다. 그것도 속이 보이지 않는 병에 든 맥주보다는 손잡이가 달린 투명하고 투박한 맥주잔. 여행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건, 첫날 뮌헨에서 마주했던 이들의 놀라운 맥주 사랑이었다. 뮌헨 빅투알리엔 마켓을 둘러보다가 그 안에 위치한 비어 가든에 도착했을 때 그 많은 인파에 깜짝 놀랐다. 분명히 평일 금요일 이른 오후 시간인데, 그런 건 이 곳에서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이 곳은 마치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처럼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앉을자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게 빽빽하게 사람들이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아주머니도, 백발머리 할아버지도, 젊은 커플도, 네다섯 명 친구사이도, 중년 부부도 모두들 이 곳에 앉아서 혹은 서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당연히 시끌벅적했고 소란스러웠으며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이 곳을 꽉 채우고 있었다. 지나가다 보면 코가 조금 붉게 변한 사람도 있고 볼이 유난히 발그레한 사람도 있는데 다들 맥주로 한껏 배를 채운 것이 아닌가 한다. 이 곳의 맥주사랑에 깜짝 놀랐으며 동시에 유쾌하고 걱정 없는 그들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여행을 다녀온 후 한참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독일 화가 막스 리버만의 그림 <뮌헨의 맥주 정원>을 보고 곧바로 내가 보았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내 그때 찍었던 사진을 찾아보았다. 어쩜 비슷할 수가! 1884년에 그렸던 그림 속 사람들도 2015년에 내가 찍었던 그곳의 배경처럼 자리를 꽉 채워 맥주를 마시고 있던 게 아닌가! 커다란 초록색 나무 아래, 사람들이 왁자지껄 맥주를 마시고 있는 풍경은 시간만 흘렀지 사람들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뮌헨 이 곳의 풍경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일 것 같다. 이 곳에 다녀온 후 내가 썼던 뮌헨 인상의 한 줄 느낌처럼, 이 곳은 언제나 '맥주를 물처럼 마시는 도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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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독일 뮌헨, 내 카메라 속 빅투알리엔 마켓, (우) 막스 리버만의 그림 <뮌헨의 맥주 정원> (1884년)




1유로 호의를 만났던 여행


마지막 날 오전에 독일 뮌헨에서 스위스로 넘어가기로 계획했다. 일찌감치 티켓을 잘 사두어 프린트해두었고, 표를 봐도 특별한 건 없었다. 독일어로 적혀있는 게 조금 낯설었지만 시간과 장소만 잘 알아두면 문제없다 생각했다. 지금까지 매일 뮌헨 중앙역 기차를 많이 이용해서 표를 보고도 당연히 기차로 이동할 줄 알았다. 지금까지 이용했던 표와 같이 회사가 DB(Die Bahn)라 더욱 의심하지 않았다. 티켓 시간에 맞춰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중앙역으로 갔다. 중앙역 안에 있는 가게를 구경하고 싶어 조금 일찍 역에 도착했을 뿐 너무나 평화로웠다. 나는 독일 맥주 모양 병따개를 사고 친구는 구경하는 등 둘 다 유유자적 상점을 구경하다가 시간이 얼추 맞아 기차를 타러 가려고 전광판을 봤다. 그런데,


전광판에 우리가 탈 기차가 없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우리가 탈 기차 시간과 스위스 취리히라는 목적지가 보이지 않았다. 잘못 봤나 싶어서 한참 서서 바라봐도 없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것 같은 상태로 근처에 있는 직원에게 우리 표를 보여주며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글쎄, 우리 표가 기차가 아니라 버스라는 것이다. 표에 적힌 시간까지 20분밖에 안 남았는데, 기차가 아니라 버스라고요?! 사색이 된 우리에게 직원은 버스 정류장은 여기에서 지하철 타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다고 말해주었다. 2박 3일 동안 독일에 머무는 동안 한 번도 지하철을 타지 않았는데 떠나기 직전에 뜻하지 않게 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지하철과 버스라는 두 단어만 머릿속에 집어넣고 샌들 끈 한쪽이 떨어지는 걸 느끼면서도 무작정 지하철 역을 향해 뛰었다.


처음 온 뮌헨 지하철역은 낯설었지만 그걸 느낄 새도 없이 티켓을 구입하러 움직였다. 창구가 아니라 기계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낯선 독일어를 영어로 바꾸고 티켓을 구매하려고 시도했는데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천천히 잘했을 텐데 상황이 상황인 만큼 마음이 급해져서 그랬던 것 같다. 그 사이에 이미 5분이 흘렀을 것이고 한데, 우왕좌왕하는 우리에게 뜻밖에 어떤 흑인 아저씨가 다가와서 친절하게 무엇을 클릭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그 덕분에 티켓 두 장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지하철 타러 가는데 아니 그가 계속 따라오는 게 아니겠는가. 같은 방향인가 싶었는데 그는 지하철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와 너무나도 친절하고 따뜻한 얼굴로 '1유로'를 부탁했다. 안 줄 수가 없었다. 가지고 있는 1유로를 주고 인사하고 바로 지하철을 탔다.


우리가 그 버스를 탔을까?


탔다. 버스를 향해 막 뛰어가는데 우리를 스위스로 데려갈 운전자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다행히 출발 직전의 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무사히 버스에 가장 마지막으로 올랐다. 짐을 넣고 버스에 올라 좌석에 앉았다. 스위스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고, 비로소 이제야 숨을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1유로는 재미있는 일이다. 그땐 이런 상황에서도 돈을 요구하냐면서 그저 웃음이 나왔는데, 두 명에게 고작 1유로만 부탁했던 아저씨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우리에게 1유로 그 이상의 도움을 주었다. 아무튼 긴박한 20분을 마치고 독일 버스를 탔고, 4시간 동안 자연과 산과 들판을 달려 국경을 넘어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했다. 다음 스위스 여행에 쓸 에너지를 버스에서 모아두었다. 엄청난 에너지를 쓴 아침이었기에.


SAM_1096.JPG 독일 뮌헨,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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