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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Q Oct 13. 2020

초록색의 향연, 녹차밭에서

한국, 보성 (여수와 곡성을 거쳐) 

비 오는 초록 녹차밭 여행


순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기차를 타고 좀 더 바다에 가까운 여수로 향했다. 우리의 원래 계획은 보성이었지만, 어제 순천에서 만난 여행자의 추천으로 여수에 다녀오게 되었다. 도착하자마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유명하다던 향일암이나 오동도에 가보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이동이 멀었고, 우리는 여수에서 점심만 먹고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간장게장 전문점에 갔다. 간장게장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그 날 일기장에 '게장이 밥도둑이란 말은 짜기 때문인 것 같다'란 말을 남겼다. 이후에 간장게장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어 여전히 그 마음을 안고 있다. 이래서 첫 느낌이 중요한 걸까.


여수에 갔다가 다시 온 순천역. 순천에서 보성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길에, 시간이 남아 이 곳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곡성에 잠시 다녀왔다. 무제한으로 기차를 탈 수 있는 내일로 혜택을 보았다. 곡성은 역만 살짝 다녀와서 기억에도 없었지만 일기장에 남아있는 도시. 희미한 연필 자국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낀다. 보성역에 내려서 곧장 보성 녹차밭으로 향했다. 만원 버스여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목적지가 같은 여행자들과 택시를 같이 타고 도착하자마자 흩어졌다. 녹차밭에는 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다. 가방에서 첫 우비를 꺼냈다. 그렇게 비 오는 녹차밭을 걸으며 여행했다.


언덕에 계단식으로 되어있는 초록 녹차밭이 참 예뻤다. 비를 머금어서 촉촉한 풍경이었다. 초록 녹차 잎들이 깔끔하게 단정하게 심어져 있었고 그 사이를 우리가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똑똑똑 우비 위로 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조금은 질퍽해진 흙을 밟으며 길을 걸었다. 비가 와서 드문드문 여행객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사이좋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우리에게 그 할아버지는 자꾸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다. 계속 거절하다 겨우 허락했는데 내 디카를 들고 요리조리 사진을 세 장이나 담아주었다. 우리에게 구도, 포즈를 연출하며 사진을 정성스럽게 찍어주었다. 그땐 연출 욕심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온전히 호의로 그렇게 사진을 찍어주었다.


노란색 우비와 흰색 우비를 입은 우리 사진을 나란히 남기고 내려왔다. 그냥 떠나기 아쉬워 나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친구는 녹차 셰이크를 먹었다. 녹차 아이스크림에도 진한 초록색 맛이 났다. 녹찻잎을 본 직후라 이 맛이 더 기억에 남았다. 보성역에서 기차를 기다릴 때 아까 우리 사진 찍어준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또 아까 보성역에서 녹차밭까지 같이 택시 타고 간 여행자도 다시 만났다. 오늘 보성 녹차밭에서의 하루는 다들 어땠을까. 광주행 5시 40분 막차 기차를 타고 시에 도착했다. 역 가까운 찜질방 빛고을 랜드에서 여행 두 번째 밤을 보냈다. 그 안에서 먹은 순두부찌개가 아주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맛에 다음날 아침식사까지 여기에서 해결하고 여행을 떠났다. 광주에서 우리가 향하는 여행지는 담양이었다. 담양은 또 얼마나 초록 초록할지.



2011, 초록색의 녹차밭, 비를 머금어서 더욱 초록 초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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