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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Q Oct 19. 2020

상반된 날씨와 나무, 같은 마음으로 여행

한국, 경주 (1) 

겨울의 경주, 여름의 경주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고등학교 친구와 둘이서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 경주 여행을 떠났다. 새 학기 시작하기 열흘 전이었다. 편하지만 익숙한 동네 말고 낯설지만 새로운 곳을 같이 여행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떠오른 곳이 경주였다. 역에 내리자마자 관광안내소에 가서 지도를 받아왔고, 역사적 볼거리가 모여있는 곳의 중심지인 대릉원 쪽으로 향했다. 입장해서 넓은 곳을 부지런히 여행하기 전, 배를 든든하게 채우기로 했다. 그렇게 식당을 찾다가 우연히 만난 아담한 밀면 집에서 점심으로 온 밀면과 비빔밀면을 먹었다. 온 밀면의 따뜻한 국물이 몸을 녹여주었다. 대릉원에 들어가 천마총을 보고, 조금 걸어서 첨성대를 보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마무리. 이 날은 참 흐리고 추운 날씨였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한 추워 보이는 나무 사이로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얼마나 떨었는지. 그렇지만 친구와 함께여서 추억이 되었다.


2월의 경주는 날씨가 추웠고, 나무가 황량했고, 마음은 즐거웠다.


그로부터 5년 뒤, 다시 경주를 방문하게 되었다. 교환학생 동기 결혼식에 초대받았는데 장소가 경주였다. 이곳에 온 김에 오후에 시간을 내어 나름대로 경주를 둘러보기로 했다. 겨울에 만난 경주 이후에 오랜만에 만난 여름의 경주는 새로웠다. 어딜 갈까 하다가 무작정 선택한 곳은 첨성대였고, 그곳을 조금 둘러보다가 근처에 안압지(동궁과 월지)가 있다고 해서 이어서 둘러보기로 했다. 안정감 있게 서 있는 첨성대는 초록 잔디 위에 서 있었다. 지나가는 나무가 파릇파릇했고 풍성했다. 그늘이 아니면 더웠다. 가족 여행객이 많았던 사이를 혼자 걸었지만, 살랑살랑 불어오는 초여름 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친구와 수다 떠는 재잘거림은 없었지만, 그 시간을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삼으며 여름의 경주를 눈에 담았다.


6월의 경주는 날씨가 더웠고, 나무가 풍성했고, 마음은 즐거웠다.


(좌) 2012년 겨울의 경주, (우) 2016년 여름의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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