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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Q Oct 21. 2020

할머니와 함께 바닷가 텐트에서 보낸 여름휴가

한국, 포항 & 영덕

할머니와 함께 동해바다 여행을 떠나다


할머니는 집에 축하할 일이 생기면 "포항에 게 먹으러 가자"라고 하셨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동생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우리 가족은 할머니를 모시고 동해바다로 향했다. 바다를 향해 드라이브를 떠나는 길은 언제라도 참 즐거웠다. 영덕 강구항에 들렀다가 포항 죽도시장에 들르면, 우리 뱃속과 양손에는 토실토실한 영덕대게와 제철 회가 한가득이었다. 할머니는 수산시장을 우리 중 가장 빠른 걸음으로 걸어 다니며 싱싱한 횟감을 찾는데 도사였다. 배부르게 먹은 후 할머니 손을 잡고 바닷바람에 콧바람을 쐬며 걸어 다니면 마음이 푸근했고 감사했다. 더 자주 할머니와 이런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내가 이십대가 되고 난 어느 한여름, 우리 가족은 할머니와 함께 바닷가로 1박 2일 여름휴가를 떠났다. 우리의 숙소는 바다 모래사장 위 텐트였다. 우리 가족은 여름 때면 커다란 텐트와 그늘막이, 각종 캠핑도구를 챙겨서 바닷가로 휴가를 떠나곤 했다. 모래사장과 시원한 바다 아래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으며 그 해 여름을 추억했다. 그때의 기억을 오랜만에 길어 올리며, 이번엔 할머니와 처음으로 바닷가로 캠핑을 떠났다. 할머니가 텐트에서 보내는 하룻밤을 불편해하시면 어쩌지, 까슬까슬 고운 모래가 움직일 때마다 신발에 들어갈 텐데 불편해하면 어쩌지, 화장실은 또 멀리 있을 텐데 불편해하시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이 모래사장 위 텐트 여행을 무척 즐거워하셨다.


할머니랑 같이 커다란 밀짚모자를 쓰고 가만가만 모래사장을 거닐었고, 평평한 돌 위에 나란히 앉아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아빠와 동생이 물놀이를 갔을 때, 텐트에 남아 조용조용 수다를 떨기도 했다. 할머니는 우리 보고 놀다 오라며 잠시 텐트를 지키며 낮잠을 자기도 하셨다. 캠핑도구로 고기를 구워 먹고, 찌개를 해 먹고, 간식을 먹을 때 할머니도 맛있게 먹어서 기분 좋았다. 할머니 집이 아닌 텐트에서의 하룻밤은 새로웠고 재밌었다. 늦은 아침이자 이른 점심을 먹고 텐트를 정리한 후, 우리는 영덕을 좀 더 여행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괴시마을, 해맞이공원, 풍력발전소 등을 둘러보았다. 차 타고 내려오는 길엔 맑은 바다가 보여서 다 같이 내려가 또 한 번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김없이 포항 죽도시장에 들러 회를 한가득 사 왔다. 할머니 집에 가서 텃밭에서 상추와 깻잎을 따고 싱싱한 회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회를 뜨며 챙겨 온 생선 머리와 뼈로 끓여준 할머니표 매운탕은 최고였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떠난 여름휴가!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2011, 영덕 & 포항, 할머니와 함께 대게 먹으러 간 즐거운 여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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