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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Q Nov 04. 2020

숨어있는 명소를 찾는 작은 모험

한국, 부산(2)

겨울바다, 따뜻한 여행, 부산여행


부산은 이십대 초중반을 보낸 곳이지만, 이젠 한 번씩 보고 싶은 얼굴들을 보러 친구들의 부름에 가는 곳이 되었다. 한 번씩 갈 때마다 정겹고 따뜻한 마음이 든다.


이 날은 아직은 쌀쌀하고 추운 2월 초, 한국에 놀러 온 대만 친구를 보러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부산역에 마중 나온 친구를 만나 반갑게 포옹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곧장 해운대로 향했다. 우리는 해운대 미포 철길을 걷기로 했다. 친구가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가야지. 나도 지나만 가보고 실제로 걸어본 적 없는 길이라 여행이 더욱 기대되었다. 해운대 가는 방향에 나 있는 철길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철길을 따라 쭉 걸으니 끝이 막혀있는 벽이 보였다. 나는 미포 철길이 이런 길이구나 하며 생각했는데, 옆에 있던 친구는 고개를 크게 갸우뚱하며 사진에서 본 길은 분명 이렇지 않았다고 했다.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끝내 사진에서 봤던 터널을 포기할 수 없었던 친구는 같이 길을 개척하자고 했다. 그렇게 저 벽 너머를 같이 탐방하기로 했다.


따뜻한 음료 하나를 주문한 후 손에 들고, 해운대가 아닌 청사포 방향으로 걸었다. 과연 벽으로 막혀 있었던 철길이 뒤로 이어지는 게 보였다. 벽 뒤편이었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서 있는 골목길에서 한참 위에 있었다는 게 아까와 달랐다. 어떻게 저기로 올라갈까? 그런데, 저 위에 나 있는 철길을 올라갈 수 있는 좁은 나무판자 사다리(?) 길이 있었다. 매우 아슬아슬해 보였지만 친구를 따라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그랬더니, 정말로 멋진 바다 옆 철길이 이어졌다! 우리처럼 모험심 강한 사람들 몇 명이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우리처럼 똑같은 방법으로 온 것이었겠지?


참 멋진 길이었다. 앞으로 보면 시원하게 평행 길이 놓여 있고 오른쪽에 시원한 푸른 겨울 바다가 펼쳐져 있다. 뒤를 돌아보면 해운대 고층 빌딩과 바다가 보인다. 우리는 이 길을 쭉 따라 걸어갔다. 이 길의 끝엔 '달맞이재'라고 적힌 터널이 있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철길이라고 하기엔 중간에 이어진 나무가 숨어 있거나 없었다. 오래되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나 매력있는 길이었다. 바다와 억새와 겨울나무의 조합은 그 자체로 운치 있고 서정적인 풍경을 선사했다. 마침 해가 지기 전 가장 아름다운 개와 늑대의 시간이었다. 해를 보고 서 있으면 그 사진을 찍는 친구의 카메라엔 내가 그림자로만 보이는 그런 시간. 숨은 미포 철길을 멋지게 걸어보고 아래로 내려왔다. 다행히 내려가는 길은 아까 올라올 때의 그런 아슬아슬한 길이 아니었다. 꽤 정상적인 나무로 만든 계단이었다. 우리의 작은 모험은 성공이었다.


쭉 걸어와 해운대를 걸었다. 이제는 해가 우리 시야 그대로 빌딩에 걸쳐져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해운대 바다. 겨울바다가 주는 평온함이 있다.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래도 북적이지 않는 느낌이 좋았다. 모래사장을 천천히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길로 직진하여 더베이 101로 향했다. 밤의 더베이 101은 실내는 아늑했고 밖은 화려했다. 아늑한 실내에서 한참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밖으로 나가 겨울 장식과 빌딩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부산을 걸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 갑작스러운 여행임에도 바다가 주는 평온함과, 친한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라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했다. 저녁으로 따뜻한 수프 카레를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겨울 바다의 매력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그런 멋진 날이었다.


2019, 숨어있던 명소, 멋진 철길과 겨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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