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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Q Nov 10. 2020

세심하게 기억하고 싶은 푸른 여행, 통영

한국, 통영 

여행다운 여행, 통영 여행, 첫째 날 이야기


통영,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식도락 여행, 섬 여행, 역사 여행, 액티비티 여행이 모두 가능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친구 J가 함께 가자고 권했을 때 아주 기쁜 마음으로 '오케이'했던 건 예전부터 가고 싶어 했던 마음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렇게 우리는 1박 2일 통영 여행을 떠났다.


친구와 같이 시외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긴 시간 수다를 떨며 지루하지 않게 갔다. 점심시간 직전에 도착하여 곧바로 찜해두었던 식당으로 갔다. 우리의 점심 메뉴는 멍게비빔밥과 성게비빔밥. 우리는 음식을 보고서야 어렴풋하게 알았던 성게와 멍게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외모가 다른 만큼이나 식감과 풍미도 확연히 달랐던 성게와 멍게. 통영에서 1박 2일 동안 여행할 때 네 끼 모두 든든하게 해산물 요리를 먹었다. 통영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물들이 먹음직스러웠다. 


숙소까지 걸어가는 길에 거북선과 판옥선을 보았다. 통영은 이순신 장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물 위에 떠 있는 판옥선과 거북선에 들어가 역사책에서 배웠던 이순신 장군의 해상 전쟁을 마음속으로 상상해보았다. 숙소에 짐을 두고 다음 여행지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 계획을 짤 때, 배를 타고 섬에 가는 게 낯설어서 가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던 나였지만, 막상 바닷길을 따라 걸어보고 거북선을 보니 이 바다를 한 번 경험해보고 싶어 졌다. 그렇게 숙소에 짐을 두면서 친구에게 말했다.


"그래, 우리 배 타고 비진도에 가보자!"


숙소 근처에 있는 여객선 터미널에 가서, 비진도로 향하는 왕복 승선권을 구입했다. 다음 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근처를 구경했다. 확실히 남쪽 지방으로 와서 보이는 야자수, 흰 구름에 맑은 하늘, 정박해있는 배를 보니 이 여행에 점점 흥이 나기 시작했다. 여행은 이 마음을 먹는 순간 확 빠지게 된다. 바로, "오오, 재미있을 것 같아!"라는 마음. 여행하며 이 마음이 들면 시작이다. 


오후 2시 20분에 출발하는 아담한 배에 몸을 실었다. 우린 배의 탑승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자 갑판대에 앉았다. 출발하는 배!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하더니 푸른 바다를 최고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양옆으로 이름 모를 섬이 아주 많이 보였다. 말 그대로 다도해였고, 잔잔하고 시원한 바다였다. 우아하게 바다를 가르고 싶었지만 실상은 쌩쌩 만들어지는 바람에 머리가 날리고 옷이 날리고 그 공기가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욕심을 내서 45분 내내 갑판대에 있었는데, 겉옷을 따로 챙기지 않은 친구가 바닷바람에 고생을 조금 했다. 비진도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두근거렸다. 저 멀리 보이는 모래사장이 하얀색이었고, 대비되는 바다 색깔은 정말 아름다운 파란색이었다.


비진도에는 보통 트레킹을 하러 온다던데, 우리는 트레킹 방향과 반대 방향 바닷가를 향해 걸었다. 배에서 봤던 흰모래사장을 직접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닷가를 향해 가는 길은 모래사장 대신 돌이 있는 자갈 바다였고 한참 걸어가니 모래 바다가 나왔다. 그런데 돌이 있는 부분에 자세히 보면 쓰레기가 많아서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쓰레기와 바퀴벌레를 한숨 쉬며 피하며 걸었다. 한참 걷다가 나온 흰모래사장 바다. 배 위에선 바닷바람에 차가웠는데 여기는 반대로 온전히 내리쬐는 햇살에 타들어가는 더위였다. 그렇게 여기에선 잠시 쉬다가 걷다가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냈다. 둘러본 후 미리 예약해둔 통영시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육지를 밟으니 새삼 새로웠다. 한산대첩 광장을 지나 중앙시장을 거쳐 동피랑 벽화마을 쪽으로 향했다. 통영은 자연환경으로도 유명하지만 이렇게 알록달록한 벽화마을로도 유명하다. 해가 저물어갈 때쯤 기분 좋게 동피랑 벽화마을을 걸었다. 피랑은 순 우리말로 벼랑을 뜻한다던데, 살짝 오르막이었지만 오를수록 반대편으로 지는 해가 잘 보여 좋았다. 바닷가 도시답게 벽화엔 조개껍데기로 꾸며놓은 물고기 모양, 해마 모양이 귀여웠다. 어린 왕자를 그려놓은 공간도 있었다. 하나하나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동피랑 끝까지 올라가면 통영의 동쪽을 지켰던 '동포루'가 있다. 그곳에 서면 통영 앞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우리도 통영을 한눈에 담아보았다.


내려와서는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우리가 찜해 두었던 곳은 다 재료 소진으로 하루 장사를 마감했다. 하는 수 없이 검색해서 해물뚝배기를 먹으러 갔다. 각종 조개가 들어있는 해물뚝배기를 먹고, 숙소에 들어가기 전 산책하러 해저터널로 향했다. 통영 야경을 보려는 마음이었는데 해저터널 가는 길과, 실제 해저터널은 꽤 스산하고 무서워서 바로 돌아왔다. 난 여행하다 보면 곧바로 숙소에 들어가는 일이 잘 없는데, 특히 친구랑 함께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해저터널에서 돌아와서도 바로 숙소에 가지 않고, 잠깐 숙소를 지나쳐 강구안 야경까지 보고 들어갔다. 통영을 제대로 담을 수 있어서 즐거웠던 하루였다.


2019, 통영, 배를 타고 시원한 남해바다를 한눈에! 


여행다운 여행, 통영 여행, 둘째 날 이야기


숙소에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걸어서 이번엔 '서피랑'으로 향했다. 동피랑 못지않게 벽화마을이 조성되어있고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서포루'를 만날 수 있다. 서피랑은 박경리 소설가의 흔적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동피랑 마을처럼 알록달록하게 조성해두었는데, 99계단이 있거나 곳곳에 좀 더 길게 벽화를 꾸며둔 것 같았다. 서포루에 올라 한참 통영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어제 저녁에 지는 해와 함께 동피루에서 통영을 둘러본 것과, 오늘 뜨기 시작한 해와 함께 서피루에서 통영을 바라본 경험이 좋았다. 내려와서 점심으로는 충무김밥을 먹었다. 그리곤 통영 루지를 타러 갔다.


통영 바다를 볼 수 있는 A코스와 그 반대편 B코스를 번갈아 타고선, 다시 A코스로 마무리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그곳에서 루지를 타고 쌩 내려오는 경험은 아주 시원하고 재밌었다.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루지를 탄 후 5년 만에 탄 루지였는데, 싱가포르에서보다 더 길고 커브길이 많아 박진감이 넘쳤다. 우리는 추억으로 리프트에서 찍은 사진 한 컷과 루지를 타고 내려오는 사진을 구매했다. 싱글벙글 웃으며 찍힌 사진이었다. 루지 타고나서 바로 옆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려고 했는데 휴무. 다음에 다시 오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빙수를 먹으러 통영 시내로 갔다. 빙수를 먹으며 어딜 갈까 생각하다가 통영 충렬사로 향했다. 버스 타기 애매해서 온전히 걸어서 갔는데 걸어보니 상당히 먼 거리였다. 그렇지만 잘 도착한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 가이드분을 만나 잠깐 동백꽃과 충렬사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에게 젊은 사람들이 여기를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이름처럼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공간이었다. 그곳에 들어가니 역사와 시간의 흐름을 확 느낄 수 있었다. 한 번도 전쟁이나 다른 이유로 없어진 적 없이 지금까지 그곳에 있는 충렬사. 오래된 나무와 충렬사의 인상이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친구는 외국인이지만 우리나라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 같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내가 알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내려와서 마지막으로 해물짬뽕을 먹고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통영에서의 1박 2일은 정말 재밌었다. 언제나 그렇듯 하루만 더 머물렀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케이블카도 못 타봤고, 해산물 요리도 더 먹어보고 싶고, 통영 국제음악당도 있다던데... 하지만 또 한 번 언제나 그렇듯, 그런 아쉬움이 있어야 한 번 더 오게 된다. 통영을 한 번 더 여행하고 싶다. 또 한 번 즐거운 인상을 얻고 싶다.


2019, 통영, 어딜 가나 즐거움이 가득했던 통영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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