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안 선반위에 고이 모셔 두었던
삼천원짜리 솔빗의 비닐 포장지를 조심스레 뜯는다
몇 년을 사용하지 않았던 새 빗
오늘 이 시간에는 개봉해야 마땅할 듯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는 이유를 몰라 마음을 놓은 지 수년....
한줄기 섬광!
정체성을 찾은 거 같은 어렴풋한 계시가
천둥소리 없이 벼락처럼 관통하는 시간
남들은 히들히들 웃을지 모르지만
그 새 빗으로 벼락으로 관통한
나의 또 다른 머리를
스무 살 첫 비질할 때처럼
조심스레 빗질할 일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