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여행

by 조희길

정한 시간에 어김없이 배는 들어왔다

차라리 들어오질 말지


비단 봄이나 가을에만 쓸쓸한 건 아니다

염천한발에도 가슴이 저미도록 외롭고 쓸쓸한 섬

신도에서 시도로, 시도에서 모도를 돌아도 쓸쓸하긴 매한가지


그물이 삼천 코면 뭐하나 벼리가 으뜸인 걸

벼리 없는 그물은 백사장 구석에 버려진 쓰레기에 불과한 걸

연륙교 착공 발표로 천정부지로 띄워놓은 땅 값

물욕과 아집이 똘똘 뭉쳐 해안자갈마저 검게 부식시켜 놓았다


동행한 이가 뭐라고 계속 말은 붙여 오는데

가슴에 남는 말이 없다 그저 겉돌기만 하는

열기 속의 찝찝한 습기


시간이 다 됐는데도 배는 들어오지 않는다

차라리 잘됐다 내심 그러기를 기다린지도 모를 일이다

끝내 배가 돌아오지 않으면 한 겹씩 가식의 옷을 벗고

어둠이 완전히 잠길 즈음 혼자 침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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