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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길 Oct 04. 2023

튀는 구월

금년의 구월은 유별나게 튄다

처서가 벌써 지났는데

삼십 도를 넘는 열기가 식지 않고

젊은 시인이 졸지에 죽고

삼십년 이상 특정 종교에 몸담고

미혼으로 지냈던 이가 탈교하고

속칭 민간인이 되었는데

개명으로 지은 책을 부쳐오고

만나자고 한다

     

졸지에 간 후배의 장례식장에서

소주로 흥건하게 온몸을 적시고

망자의 어린 아들 손잡고

속울음 삼킨다

비에 흥건히 젖어 돌아온 사무실

탈교한 철학박사가 

인생 후반전에 필요한 돈을 얘기한다

     

불쑥 새벽에 도쿄에서 보이스톡을 요청하고

송금을 요청한지 반나절도 안돼서

절교선언을 하는 32년 지기라는 자

사회성이 좀 떨어지지만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새까만 후배가

똘끼로 거침없이 치받는 튀는 구월....

9월은 분명 결실을 위한 출발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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