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의 구월은 유별나게 튄다
처서가 벌써 지났는데
삼십 도를 넘는 열기가 식지 않고
젊은 시인이 졸지에 죽고
삼십년 이상 특정 종교에 몸담고
미혼으로 지냈던 이가 탈교하고
속칭 민간인이 되었는데
개명으로 지은 책을 부쳐오고
만나자고 한다
졸지에 간 후배의 장례식장에서
소주로 흥건하게 온몸을 적시고
망자의 어린 아들 손잡고
속울음 삼킨다
비에 흥건히 젖어 돌아온 사무실
탈교한 철학박사가
인생 후반전에 필요한 돈을 얘기한다
불쑥 새벽에 도쿄에서 보이스톡을 요청하고
송금을 요청한지 반나절도 안돼서
절교선언을 하는 32년 지기라는 자
사회성이 좀 떨어지지만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새까만 후배가
똘끼로 거침없이 치받는 튀는 구월....
9월은 분명 결실을 위한 출발점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