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내 인생의 시계는 거침없이 흘러가는데
상식을 거스르는 자가 정신 차리고 사죄하러오기를 기다리는 일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영하 15℃, 체감온도 22℃를 넘나드는 시간
칼바람에 눈보라 몰아치는 빌딩숲 네거리
이 겨울은 눈뜨고 버티기가 그리 녹록찮은데, 어이하랴
그래도 눈뜨고 눈(雪)을 봐야지, 눈 감고 기다릴 수 없는 일
詩 같잖은 잡설들이 들판을 어지럽히더라도 한사람쯤은
제발 정신줄 놓지 않고 눈보라를 헤쳐 나가야지
봄풀 푸르러 올 얼음장 건너
황량한 벌판 가로 질러 달리며
사랑한다 사랑한다 소리치는, 그대여~
둘)
언젠가는 인간이 되겠지
언젠가는 뿔 달린 괴물에서
말끔하게 뿔 사그라지고
이마 반질반질한 인간이 되겠지
가슴이 결려도
속이 쓰려도, 천지가 울렁거려도
다 잊으련다
시커먼 구름 걷히고 꽝꽝 얼어붙었던 강
때 되면 어깨 들썩이며 다시 풀리겠지
그때쯤이면
찬찬하게 걸어가는 두발 달린 사람이 되겠지
사람다운 사람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