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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길 Jan 31. 2024

사정없이 달려드는 눈떼

눈이 내린다

횡으로 종으로 주둥이 큼큼거리며 헤적이며 날리고 있다

훨훨훨 훨훨훨 ~

죽지 않고 살아 마침내 땅에 닿는다

건물 모퉁이에서는 비처럼 속도 내어 쏟아지기도 한다

사는 게 다 그런거여~’ 하면서 끓어졌다 이어졌다

나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

     

고층 빌딩에서 인간이 소모하고 내보내는

뜨거운 수증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이 내린다 반란의 눈이 내린다

이리떼들이 슬금슬금 주변에 모여들고 있다

     

컴퓨터 자판에서 아픈 고개 들어보니

건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사정없이 달려드는 눈떼

고층빌딩 숲과 숲사이로 황급히 빠져나가는 눈물들

내리던 눈이 불쑥 방향을 바꿔 하늘로 솟구쳐 올라오고 있다

마치 남극기지에서 청년과학자 붕호가 처음 봤던 블리자드처럼

     

나의 젊음이여돌아보지 마라 후회할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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