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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길 Jan 31. 2024

참회의 전지(剪枝)

살다가 참 귀한 인연을 만나

참으로 고맙게도 받은 선물 중 한 점

하늘과 바다를 닮은 우주

그 우주에

오늘 아침에는 지평선이 걸리고

아스라이 지평선으로부터 희미하게 날이 밝아오는 빛이

솟아오르고 있다 

좀체책상 위 유리판위에 반듯하게 서기를 거부하다가

오늘 새벽에는 중력의 힘인가내가 원하는 위치 정중앙에 당당하게 앉아

지그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희미하지만 폐부를 차고

분명하게 올라오는

참회의 소리잘 살아왔다 그만하면 됐다

사람에게 사랑에 기댈 일 없다

더 이상 상처받지 말고 이제 유년으로 돌아가

네가 하고 싶은걸 해라

그럴 때가 됐다 얘기 한다

     

떨리는 심정으로

새순이 돋기 전에 우선 전지부터 하자

50년 이상 함께 살아온 키 큰 나무 세그루

급한 성격 내려놓고 조금씩 조금씩 속마음 다듬듯이

다듬어 나가자 지금 비록 팔다리가 짤리는 듯 아프지만

몇 년몇십년 후 자손들이 쳐다볼 때 할아버지가

내 아부지가 저 나무를나를 이렇게 가꾸셨구나 느낄 수 있음

그만이지감사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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