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참 귀한 인연을 만나
참으로 고맙게도 받은 선물 중 한 점
하늘과 바다를 닮은 우주
그 우주에
오늘 아침에는 지평선이 걸리고
아스라이 지평선으로부터 희미하게 날이 밝아오는 빛이
솟아오르고 있다
좀체, 책상 위 유리판위에 반듯하게 서기를 거부하다가
오늘 새벽에는 중력의 힘인가, 내가 원하는 위치 정중앙에 당당하게 앉아
지그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희미하지만 폐부를 차고
분명하게 올라오는
참회의 소리, 잘 살아왔다 그만하면 됐다
사람에게 사랑에 기댈 일 없다
더 이상 상처받지 말고 이제 유년으로 돌아가
네가 하고 싶은걸 해라
그럴 때가 됐다 얘기 한다
떨리는 심정으로
새순이 돋기 전에 우선 전지부터 하자
50년 이상 함께 살아온 키 큰 나무 세그루
급한 성격 내려놓고 조금씩 조금씩 속마음 다듬듯이
다듬어 나가자 지금 비록 팔다리가 짤리는 듯 아프지만
몇 년, 몇십년 후 자손들이 쳐다볼 때 할아버지가
내 아부지가 저 나무를, 나를 이렇게 가꾸셨구나 느낄 수 있음
그만이지, 감사한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