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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길 Feb 29. 2024

민배 형

민배 형!

형의 부고를 설 지난 후 쌓아둔 신문에서 우연히 봤어요

향년 66, 2월 8일 별세, 11일 발인...

기자시절 특종으로 이름 날린 형, 1989년 5월 9일자

대학생 재야인사 90명 검거령은 조선일보 100주년에 선정한

<뉴스라이브러리 50대 특종중 하나에 포함되기도 했다지요

     

형의 부고를 이렇게 접하다니...

형과의 관계가 겨우 이정도 였나 생각하니

슬그머니 화가 치밀어 오르고

가슴이 답답해지네요

형이 내게 준 바오밥 나무 액자와 야마모토겐이치의 장편소설

리큐에게 물어라를 받은지 얼추 3년이 지났는데 아직

절반도 채 읽지 못하고 책상위에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어요

아마도 어느 날 동백이 떨어질때쯤

아름다움그 아득한 이상에 도달하고자 한 사내의 불길 같은 열정과 혼을

형의 무덤에 같이 합장할 거 같다는 예감이 드는 건 어인 까닭인지요

     

아마도 사람들은 잘 모를 겁니다

형의 가슴속에 감춰두었던 야망과 만권당(萬卷堂)’을 짓고자 했던 꿈을

감히 짐작도 못했을 겁니다나는 눈치챘지만요...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긴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길어지면 왠지 형에게 결례를 하는 것 같아서요

     

유월쯤형을 만나러 제집 거실에 걸려있는 송광사 우화각으로

갈까합니다 우화각 입구 다리에 걸터앉아 그 소중한 그림을 왜 주셨는지,

어떤 깊은 뜻이 숨어 있는지

거기서 뵙고 못다한 말씀들 듣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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