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죽솥
처음엔 작은나뭇가지 불쏘시개로
불이 타오르면 힘들게 지고 온 장작으로
얼굴이 화끈화끈하도록 아궁이를 채운다
거칠고 입이 무거운 무쇠솥은
마침내 푸쉬식 푸쉬식 눈물 흘리기 시작한다
연이어 묵직한 솥뚜껑이 들썩들썩거리고
열린 틈 사이로 제법 굵은 물줄기가 주루룩 쏟아진다
이쯤이면 엄마 몰래 창고에서 꺼내와 먹거리로 안쳐둔
씨감자는 열기에 속살까지 몽실몽실 익었을것이다
잘 익은 씨감자를 먹다가 몇개만 남겨
돌아오는 봄에 땅에다 심어 볼까?
혹시라도 잘 익은 감자가 주렁주렁 매달릴지 ᆢᆢ
사타구니를 편하게 쩍 벌리고
달려드는 불의 열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타들어가는 부지깽이 땅바닥에 탁탁 두드려
불을 비벼 끄고
그래,오늘 일과는 걸쭉하게 삶은 소죽을 소들에게
퍼주면 끝나는구나 생각하는 아홉살 소년
지금쯤 아부지는 눈보라치는 산판에서
하루종일 힘들게 일하시고 허기진배 움켜쥐고
동대봉산 깊은 계곡 얼음판 골라 밟으며 식구 생각에
서둘러 내려오고 계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