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희길 Mar 02. 2022

무제(無題)

어느 해 겨울인들 바람 불고 눈 내리지 않았던가 어디서 본 듯한 낯 익은 눈발과 차디찬 빗줄기 우울한 사람들이 우중충하게 걸어가는 검찰청 대법원 네거리 꿈도 희망도 잊은듯한 이월 설이다 입춘이 지났다 흥얼흥얼 흥나는 분위기조차 시들한 초저녁 당뇨로 금주령이 내렸지만 쎄게 한잔하고 널브러지고 싶다는 씁쓸함 잘난 당신은 잘난대로 외통수길 가고 그래 지금은 제법 많이 쓰릴지 모르지만 차라리 이쯤서 돌아서리라 깔끔하게 참지 못해 실수하면 재수 없이 죽을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매너 없고 영혼 없는 자 베풀 이유 없다 착각하는 자 정신 차리게 냉정하게 짤라야 한다 정이든 돈이든 시간이든 모두 정리할 때다 잘 떠나가라 할 만큼 했다 이제 중심에서 벗어나 변방에 있을 것이다 목숨을 바칠 뭔가 없으면 사는 게 아니다 말의 성찬 말들이 꼿꼿하게 서서 탱탱하게 걸어간다 말장난 하지마라 그건 부끄러운 짓임을 알아야 한다 

     

중심을 양보해야

중심이 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울산 아닌, 울산역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