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驛舍) 천장에서
훠어이훠어이 내려오는 눈송이
전설의 눈발을 여기서 맞이할 줄이야...
사는 게 왜 이다지도 궁상맞은 거야?
세상은 처음부터 공평하지 않았거늘
함부로 평범이하로 생각했던
너희들의 훌륭함에, 잘났음에
굴곡진 너희들의 인생사에
내가 왜 이리도 초라해지는 걸까?
빈속에 소주 몇 잔, 속은 시린데 정신은 말짱하네
그래, 이제 장난 같지 않은 호기는 그만 부리자
이건 솔직히 사랑도, 비즈니스도 아무것도 아니다
퍼뜩 정신차려보니
절망의 한가운데 서 있구나
헛똑똑이였구나 순진한게 아니라 아는게 거의 없었구나
무지의 벌판에서 허수아비처럼 우쭐거리고 있었구나
아픈게 아니라, 아파야 하는 모래성을 딛고 있었어
그래도 참 다행이야
오늘 대한(大寒)을 즈음해서
겨울은 더 깊어지니
무지하지 않은 봄은 머지 않았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