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혼과 주관이나 직관을 믿고
정체성을 정립함에 주저 않고 살아왔다
가끔은 온몸이 기우뚱거리기도 했지만
때가 되면
시조새가 다시 날아오를 즈음이면
죽음조차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꿈속의 백발 휘날리는 도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더 이상 얽어매지 마세요
더 이상 내게 오지마세요
당신이 부담스러워졌어요”
마침표는 익숙지가 않다
형이상학적일 거 같지만 실은
지극히 단조롭고 정직한 나날이었다
그래서 더 아프다, 또 당신에게 미안하다
혼란하지만 결코 배신할 수 없는
인연을 위태롭게 이어가는 유쾌하지 않는
열대야
당연하지만 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번 본 듯한 나치 영화를 과감히 끄고
이미 손바닥만큼 크게 자란 산마잎을
경외함이 진정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