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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과권원장 Nov 06. 2022

오늘의 환자, 네 번째

이태원 PTSD

며칠 전 큰 사고가 있었다. 큰 충격을 받은 국민들에게 많은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조언을 건네고 있다.

그러나 나는 정신과 전문의는 아니기에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엔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따라서 그와 관련된 글은 쓸 생각이 없었으나, 어제 내원한 환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글을 적기 시작했다.




어제 오후 신환 (병원에 처음 내원한 환자), 20대 중반의 여성 K 씨.

초췌한 몰골과 무표정한 얼굴로 진료실로 들어왔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

“ 소화가 안되고 계속 구토가 나요. ”


흔히 보는 소화기 계통의 문제로 진료를 보러 온 환자로 생각되었다.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잘못 드신 게 있을까요?…”


여러 가지 질문을 했으나 딱히 원인이 될만한 문제는 없는 듯했다.


“혹시 증상이 시작되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셨어요? “

“아니요”

“요즘 신경 쓰는 게 있으세요? ”


이어진 K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뭔가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다.


“실은 며칠 전 이태원 사고 관련 뉴스랑 영상들을 보다 보니 속이 울렁거리더니 토하고 나서부터 계속 머리가 멍하고 속이 안 좋아요.”


K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장애로 진단하고 약 처방을 해주었다. 이어서 되도록이면 사고 관련 뉴스나 정보들을 멀리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내과와는 거리가 있는 질환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내과적인 증세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구나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사고는 온 국민들에게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큰 상처를 남겼다. K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상처 입은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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