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90년 초반에 태어난 아이들은 국진이 빵과 포켓몬 스티커에 열광했던 그때를 기억할 것이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열심히 모았던 포켓몬 스티커를 반 친구들과 교환을 하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는 공책에 붙여서 내 거라는 것을 표시하고는 했다. 그때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스티커는 피카츄였지만, 갖지 못했다. 오랜 덕질경험에 따르면, 원래 갖고 싶은 건 안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던 내가 커서 워너원에 열광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뭔가 열렬히 좋아했던 것을 찾고 있었던 것일 수 있다. 뭔가를 열렬히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마치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걸 누군가는 안 좋은 시선으로 볼 수 있지만, 내게 아이돌은 오늘 내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행복 그 자체이다. 누군가는 맛있는 커피 한 잔, 달콤한 디저트로 행복을 느낀다면 나는 그 대상이 아이돌이었던 것뿐이다.
워너원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째니(김재환)였다. 자고로 나는 일관성 있게 서사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기에 마지막 11위로 올라온 구름이(하성운)를 좋아할까 하다가 개인 연습생의 기적을 보여준 재환이를 선택했다. 그 당시 내가 일했던 카페에서는 각자 좋아하는 멤버를 정하며 직캠 영상의 조회수를 올리고는 했다. 나는 김재환, 점장은 강다니엘, 카페사장은 옹성우, 알바생은 황민현 이렇게 좋아하는 멤버들이 각각 달랐다. 카페에서 새로 직원들이 뽑히면 아직 최애로 뽑히지 않는 멤버들을 좋아하라며 덕질 메이트를 모집하고는 했다.
워너원은 데뷔와 동시에 맥주, 옷, 요하이 과자, 초콜릿, 화장품 등 온갖 광고를 휩쓸었다. 포켓몬 스티커를 좋아했던 오타쿠인 나는 어른이 되어 워너원 사진이 찍힌 요하이 과자를 사겠다고 아침 오픈런을 해서 줄을 사고, 초콜릿 포장지만 갖고 초콜릿을 나눔 하기까지 했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본다면 “제발 진정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때 그렇게 열심히 모았던 과자 상자들은 이사를 하면서 모두 사라지고 없다.
그중에서 내가 여전히 갖고 있는 건 이니스프리에서 받은 굿즈이다. 처음 이니스프리 굿즈는 포스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잠실 이니스프리에 일렬로 선 줄을 보자, 어른들은 도대체 무슨 줄인지 궁금해하고 팬들은 “워너원”이라고 말했지만 어른들은 “원 플러스 원”으로 듣고는 했다. 그러면 어른들께 워너원이라고 다시 한번 그룹명을 알려드리고 이니스프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최애, 차애, 차차애 멤버의 포스터를 받기 위해 화장품을 샀을 때, 어린 학생들은 부러워하며 쳐다보고는 했다. 이것이 바로 어른들의 플렉스다..!!! 내 돈으로 눈치 보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살 수 있다는 건, 어른들만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