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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17. 2024

랜덤지옥



<프로듀서 101> 시즌2가 끝나고 팬들은 오매불망 워너원 앨범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워너원의 뜨거운 열기를 느낀 소속사 또한 열일을 한 끝에 2017년 8월 7일 1X1=1 (TO BE ONE) 앨범이 발매되었다. 11명의 멤버들이 피아노를 형상화시키는 안무로 알려져 있는 에너제틱 노래는 그야말로, 멤버들의 청춘과 청량감을 담았다. 워너원 앨범이 나오자, 가수들도 바빠지지만.. 그만큼 팬들도 바빠지게 된다. 일단, 뮤비 영상 조회수를 올려야 되고, 앨범 초동판매수를 올려야 되고, 음방 현장을 뛰어야 하고, 멤버들이 각각 방송 나오는 것을 챙겨 나오느라 아주 아주 바빠진다. 아무리 시간을 쪼개도 따라갈 수 없는 스케줄이 나오자, 팬들은 결국, 잠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고는 했다.


나와 함께 워너원 덕질을 하던 점장도 잠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지만, 문제는 카페 와서 자려고 하면서 일을 소홀히 하고는 했다. 매일 같이 해야 되는 청소와 일은 정해져 있는데, 한 명이 그렇게 잠들어버리니.. 모든 일은 내가 떠맡게 되었다. 솔직히 민폐다. 그분은 덕질메이트로서는 환상의 호흡을 보였지만, 일할 때는 정말.. 

안 맞았다. 오죽했으면, CCTV를 보던 사장이 전화를 해서 일을 왜 안 하냐고 꾸중을 놓기도 했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다고 하지만, 그분의 경우 일할 때 단점과 덕질메이트 장점이 뚜렷하게 보였다. 일할 때는 무책임함으로 피해를 줬지만, 덕질을 할 때는 엄청난 추진력을 보이고는 했다. 그분의 추진력이 보인 것은 바로 덕질현장에서였다.


앨범이 발매와 동시에 오프라인 앨범을 판매하는 곳은 그야말로 사람들로 붐비게 된다. 단순히 앨범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그곳에서 포토카드, 슬리브 등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가장 좋아하는 멤버를 갖기 위해 사람들은 “00이와 00를 교환해요”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마치 시장에 노점을 펼치는 것처럼 돗자리를 준비해 와서 교환 포카를 펼쳐놓기도 한다.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것 또한 아이돌의 문화이다. 좋아하는 멤버를 갖기 위해서 무엇을 못하겠는가. 


그 당시 포토카드 교환문화를 몰랐던 나는 앨범을 통째로 들고 가서 교환을 하려고 했지만, 앨범과 포토북은 내려놓고 포카와 슬리브만 갖고 갔으면 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째니 풀세트는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나에겐 덕질메이트인 애증의 점장이 있었기 때문. 점장이 갖고 싶었던 포토카드 멤버는 강다니엘이었다.

<프로듀서 101> 시즌2에서 1등을 하면서 엄청난 화제성을 끌고 스타가 된 강다니엘은 워너원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 멤버로 뽑혔다. 강다니엘의 포토카드를 원하는 팬들은 많지만, 적은 물량으로 인해 오프라인 판매하는 곳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러다 누군가 한 명이 강다니엘이 나왔다며 교환을 요청하면 모두가 달려들고는 했다. 나의 점장은 강다니엘로 교환이 되지 않자, 그 자리에서 앨범을 여러 개 사재기를 하며 포토카드를 꺼내보고는 했다. 그렇게 해도 다니엘이 나오지 않자, 매일 새벽까지 온라인을 뒤지며 교환의 교환을 한 끝에 원하는 것을 얻고는 했다. 사실, 나는 아이돌 덕질을 하면서 가장 불만인 점은 포토카드를 선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11명 중에 최애를 뽑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야말로, 랜덤지옥인데.. 도대체 왜.. 랜덤을 하는 것인가.. 그냥 좀 사게 해주면 안 되나 싶다.. 랜덤지옥에 분노하면서도 나는 다음 앨범, 다다음 앨범을 계속해서 사며 누구보다 열심히 오프라인을 뛰었다. 팬들의 열정은 막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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