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워너원 앨범을 꺼내보았다. 워너원을 좋아할 당시에는 그나마 정신머리가 붙어있어서 앨범을 한 장씩만 사고, 불필요해 보이는 팬클럽 키트는 구매하지도 않았다. 한 마디로 나는 덕질을 하면서 가성비를 따졌던 것 같다. 가성비를 따질 정신머리가 있다는 건.. 제대로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래 좋아하면 미쳐야 된다. 제대로 미쳐서 최애 (포카) 사냥꾼이 되기도 하고, 멤버 풀셋을 맞추기도 해야 되지만, 현생에 치인 나는 그만큼의 열정이 타오르지 못했다. 나와 달리, 덕질 메이트였던 점장은 항상 불에 타올랐다.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팬클럽 키트며, 아이돌 멤버가 찍힌 굿즈를 주는 거라면 옷, 초콜릿, 맥주 등 가리지 않고 구매를 했다. 점장은 자신이 구매한 앨범을 옷장 속에 몰래 숨겨두었다고 한다. 나이가 서른이 넘었지만, 엄마에게 들키면 혼날까 봐 그랬다고 한다. 사실, 나도 그렇다.
나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아이돌 굿즈를 상자에 꽁꽁 싸두었다. 그러나, 포스터가 든 큰 지관통으로 인해 들키기도 했고 이삿날에 부모님이 보시고 기겁을 하고는 했다. 물론 워너원 때문만은 아니다. 워너원 이후에 내가 좋아한 다른 그룹의 앨범과 팬클럽 키트, 온갖 패키지, 캐릭터 상품으로 인해 내 공간은 가득 찼다. 이걸 돈으로 따지면 몇 달 치 월급이 나오기에.. 차마 마음이 아파서 따져볼 수가 없다.
내가 그 순간 행복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었으니.. 계속해서 얼마 주었냐고 물으면 혼날 게 뻔히 알기에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는 둥의 거짓말을 하고는 했다. 덕질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맥시멀리스트가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팬들은 왜 앨범을 계속해서 구매하는 걸까? 물음을 던진다면
팬들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와 내가 본 경우를 말해보면, 가장 먼저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앨범을 CD가 아닌, 핸드폰 어플, 유튜브로 듣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CD를 구매하는 건 좋아하는 굿즈를 수집하는 것과 같다. 좋아하는 최애 멤버는 포카 정도는 갖고 다녀야 팬이라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두 번째는 포카 풀셋 맞추기이다. 이 부분은 이전에 쓴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팬미팅에 가기 위해 사는 경우이다. 보통, 팬미팅은 추첨제로 뽑히는데 많이 사서 확률을 계속해서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한두 달 월급을 루팡 하기도 한다. 실제로 내 주변에 앨범을 몇 백장 구매했지만, 팬미팅에 가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추첨은 그만큼 운이기에.. 팬미팅에 자신의 생활비가 쪼들릴 정도로 큰 지출을 하는 건 말리고 싶다. 그리고 네 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초동 판매수를 올려주기 위한 것이다. 앨범이 예약판매를 시작하면 초동판매 집계가 시작된다. 우리 아이돌 오빠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앨범수와 스트리밍으로 화력을 불태우고는 한다. 내가 아는 네 가지 이유 말고도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팬들이 앨범을 사는 건 가수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이 든다.
사랑하자. 열렬히.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