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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31. 2024

워너원 그 후,



워너원의 인기는 참 어마어마했다. 텔레비전을 틀었다 하면 워너원 광고들이 쏟아지고, 프로듀서 101프로그램을 보지 않은 부모님 세대들도 워너원, 강다니엘을 알 정도이니.. 인기는 참으로 엄청났다. 그 당시 멕시카나에서는 치킨을 시키면 워너원 굿즈를 준다고 해서 덕질메이트들은 1인 1닭을 하며 굿즈를 수령하고, CGV에서는 워너원 콤보가 출시될 정도였다. 나는 워너원이 광고한 과자와 초콜릿을 일하는 매장에 나눔을 하고는 했다. 그때는 “우리 애들, 우리 애들”하면서 제대로 미쳐있었다. 때때로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한심하게 보기도 했지만, 아이돌 덕질은 하나의 문화인 것이다. 마치 뮤지컬, 영화를 좋아해서 굿즈를 수집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다만, 아이돌 덕질은 활동력이 넓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돌판에 있는 사람으로서 삶이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덕질을 하기를 추천한다. 아이돌 덕질을 하게 되면, 내 머리는 온통 아이돌로 가득 차고 대화의 주제는 내 최애 자랑과 아이돌 노래 추천이 된다. 한 강의에서 선생님이 연기하는 아이돌 이야기를 하는데, 누군지 이름을 까먹었다는 말에 내가 바로 "황민현!!"을 외치며 워너원과 뉴이스트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그 선생님은 나를 "(아이돌) 박사님"이라고도 했다. 

작년 내 생일에는 최애가 고구마 케이크를 좋아하는 걸 알고, 나는 고구마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고구마 케이크를 샀다. 그러다 올해는 내가 먹고 싶었던 버터케이크를 주문하자, 친구가 “이번에는 최애가 좋아하는 케이크 안 사?” 이 말을 하는데...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친구에게 얼마나 많이 얘기했길래 이런 걸 기억하지? 하는 생각에 한 번 소름이 돋았고, 내가 최애를 생각하지 않고 케이크를 샀다는 것에 또 한 번 소름이 돋았다. 덕질력이 떨어졌다며 요즘 나는 덕질력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다시 워너원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나는 워너원의 청량함이 좋았다. 내가 좋아했던 워너원의 노래는 뷰티풀, 에너제틱, 봄바람 등이다.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한 <프로듀서101>시즌2에서 데뷔한 아이돌이기에 그들의 서사는 이미 충분했고, 그들의 성장과 성공을 함께 응원했다. 그들의 실력을 비로소 세상이 알아주었을 때, 내 일처럼 기뻤다. 워너원을 보며 나 또한 언젠가 이 불확실한 미래와 현실 속에서 언젠가 나의 가능성과 재능의 싹이 세상에 빛을 받아 피어날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시작과 끝을 이렇게 함께 한 아이돌은 워너원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2019년 1월에 워너원은 1년 6개월 활동을 끝으로 공식 해체되었다. 

워너원이 해체되자, 내가 좋아했던 째니와 센터 강다니엘, 리더 윤지성, 박지훈은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비주얼미남 옹성우는 연기를, 황민영, 배진영, 라이관린, 이대휘, 박우진은 각각의 그룹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성우는 <인생은 아름다워>, <열여덟의 순간>, <힘쎈여자 강남순> 등의 영화와 드라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고 윙크요정 지훈이는 다양한 작품을 하다가 <약한 영웅>이라는 대표작이 있는 배우가 되었다. 워너원은 해체되었지만, 각자 자신의 길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멤버들을 나는 여전히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워너원이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잘 버티며 나에게 닥쳐온 시련과 고난을 잘 이겨내고 있다. 반드시, 잘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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