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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24. 2024

앨범깡과 플미



나는 여전히 아이돌을 좋아하지만, 앨범은 딱 한 종류씩만 산다. 옛날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 한 장이 나왔다면 지금은 6종류씩 나온다. 포토카드만 들어있는 버전, 다양한 컨셉의 버전, 사진만 들어있는 버전 등등을 사기만 해도 십 만원이라는 돈이 깨지게 된다. 거기에 끝이 아니었으니.. 원하는 포토카드가 있으면 부르는 게 값이니 십 만원까지 주며 포카 한 장을 사기도 한다. 그래서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가전제품을 훔치는 건 하수이고, 포토카드가 든 바인더를 훔치는 건 고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포토카드 몇 십장이 든 바인더가 몇 백만원까지 거래가 되고는 한다. 


과거에, 나는 아는 언니가 내가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만 모아서 택배로 보내주는데.. 문제는 배송완료 되었다고 문자는 왔지만, 집에 아무리 찾아봐도 물건이 오지 않았다. 

알고보니 택배기사님이 물건을 보내지 않고 배송완료를 누른 것...

택배회사에 전화를 하니, 택배기사님이 책임져야 된다고 하고 택배기사님은 물건을 찾아봐도 누가 훔쳐간 것 같다고 한다. 진짜 미쳐버린다.. 결국, 택배기사님과 몇 차례 통화를 하다가 우리집에 방문해서 택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기사님도 도대체 어떤 물건이길래 그러냐며 배상하겠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기사님께 아이돌 포토카드라는 것과 포토카드 시세를 설명하기에는 급 사회적 수치심이 몰려오면서 나도 포토카드를 선물받는 건데 그걸 큰 돈으로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냥.. 없던 일로 하겠다고 했다. 기사님은 안도의 웃음과 함께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내 사라진 포토카드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아무래도... 우리동네에 내가 좋아하는 그룹 멤버의 팬이 있어서 도둑질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품었다. 실제로.. 포토카드 시세가 높다는 걸 알고 그런 택배분실이 일어나고도 있다. 그래서 나는 포토카드를 누군가 택배로 보내준다고 하면 비닐 포장이 아닌, 박스 포장을 요청하고는 한다. 아이돌판에서 활동하면 정말 많은 일을 겪게 된다. 


큰 금액을 주고 포토카드를 샀는데 판매자는 연락두절이 되는 경우도 있고, 하다하다 사기꾼까지 나타난다. 위조된 포토카드를 보냈다가 경찰서 신고하겠다고 하니 용서를 구하는 자들도 있고, 앨범 분철이라고 해서 총대가 여러 장의 앨범을 사서 원하는 멤버로 맞춰서 보내준다고 하더니 원하는 멤버 한 장도 없이 앨범이 오는 경우도 있다.. K팝이 유행을 하면서 이런 사기꾼들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참 속상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사기꾼들에게 어른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며 강하게 나가기도 하다가 지금은 지쳐서 교환 자체를 안하는 편이다. 다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돈을 엄청나게 벌어서 100만원 어치 앨범을 사서 앨범깡을 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100만원을 쓰면 적어도.. 원하는 멤버는 나오지 않을까...싶다. 


유튜브에는 백 만원, 이백 만원 어치 앨범을 사서 뜯어보는 앨범깡 영상들이 보이는데,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 특전이 나와서 좋아하는 팬들의 모습이나, 나오지 않고 중복 행렬로 슬퍼하는 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오지 않은 경우, 교환을 거쳐서 원하는 멤버를 갖게 된다. 나는 포토카드 욕심을 버리고, 콘서트를 가겠다고 결심했지만.. 콘서트는 백 만원 플미를 주고 거래해야 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나는 마음을 비우게 되었다.. 콘서트는 아이돌이 하는데, 콘서트 티켓보다 비싼 플미가격은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이런 사람들 티켓팅을 막아야 한다...!! 포도알 전쟁은 제발.. 정정당당하게 하길.. 


사실, 덕질의 활력은 아이돌 무대를 콘서트에서 본다는 재미인데, 국내콘(콘서트)을 줄이고, 해외콘에 집중하니.. 국내 코어팬들을 잃기 마련이다.. 나는 지금도 아이돌의 팬이지만, 회사에서 제발 정신차리고 국내 콘서트 일정을 넉넉하게 잡고, 플미 티켓팅을 다 잡아냈으면 좋겠다.  티켓팅을 하다보면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도 극혐이고, 내 눈 앞에서 사라진 포도알을 보면 그저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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