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화창하고 내 속은 칼바람이고. 사람이 중요하고.

by 송건호

언젠가 사는게 희망이 안 보이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한국 특유의 비교치와 나이값을 매겨보면 여전히 너무나도 부족한 미생이고 늘 생존 앞에 불안하기도 하다.


다만, 같은 일을 해도 회사의 형태로 더 온전히 책임지며 숫자와 신용에 노력하니 내 현실에는 주제 넘는 더 큰 꿈도 꾸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사명감이다.


내가 할 줄 아는 브랜드와 마케팅의 전문성을 언젠가 소셜임팩트 분야에 기여하고 싶었는데,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브랜드도 그런 영역에 가깝다.


이 알량한 비저닝을 나 스스로부터 함께하는 분들에게도 말할 수 있게 된 건 이 스타트업 아닌 스타트업의 과정이 우리 각자가 자기 자신의 삶에서 필요로 하는 것, 즉 본인의 행복에 먼저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첫단추부터 녹록치는 않다. 사용하기로 한 추가적인 공간에 대해서는 이슈가 생겼고, 가장 먼저 팀원으로 모셨던 분을 사실상 내가 먼저 잘라냈다.


그 자체에 대한 감정의 동요나 방향의 변화는 크게 없다. 애초에 그것들은 이미 마일스톤 안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리스크, 변수로 보이는 것들은, 그러지 않기를 마음으로 바라도 결국 시기의 이슈일 뿐 터지게 된다.


내 신용과 리소스 투입에서 피해를 꽤 봤지만, 사람에 대한 건 늘 거울처럼 겪어오던 일이니까. 이번 일은 나에게도 부덕의 소치라 생각하고 그래서 나는 늘 나부터 겸손하려 노력한다. 난 부자도 대단한 사업가도 아니고, 어떤 적당한 크기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 사람 그 정도니까.


해그로시도 마찬가지의 과정이었다. 생존 앞에 있는 브랜드들에게는 우선순위가 핵심이고 그 전략과 감도가 너무 중요했으니까. 지난 몇 년을 독립 후 그 가치를 온전히 전할 수 있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게 유일한 내 사명감이었고 그걸로 나는 더 단단하게 성장한 것 같다.


상품 설계보다는 온전히 프로젝트에 대한 밀도 있는 책임이었음을 함께 한 브랜드 대부분은 분명 알 거다.


나는 이제 해그로시를 더 명확히 내가 컨설팅하고 코칭하며 브랜드를 액셀러레이팅 해주는 형태로 견고히 하려 한다. 여전히 프로젝트는 소수 슬롯에 한정한다.


결국 몇년 전부터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 메시지를 다른 에이전시들도 다 따라하고 있더라. 들어보면 너무나도 다른 밀도지만. 어차피 해그로시는 편의상 에이전시지, 프로젝트 집단이다. 늘 그랬고, 늘 인하우스 안의 인하우스처럼 함께 성장했다. 앞으로는 더욱 더 스몰 브랜드와 스타트업의 초기 대표들을 직접 돕는다.


누군가 돕겠다는 사명감만 일관성 있게 확장한다. 삼성동 건물 사진도 올리고 막 하니까 여기저기에서 연락들이 오셔서. 별 거 없다. 투자 받은 것도 아니다. 난 밸류에이션에 집중하며 유저만 모으는 그런 지난 경험 말고, 숫자를 조금이라도 직접 구조로 만들며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그런 브랜드 경험을 우선 쓰고 싶다.


새로운 브랜드는 작은 모임에서부터 시작하고 각자가 역할 분담을 하며 의미있는 오가닉 컨텐츠와 참여형 캠페인들, 퍼널링에서부터 시작한다. 내가 잘하는 게 다 그런 거니까.


해그로시에 일을 맡기시면 동일하게 나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작은 법인이지만 늘 신의를 지켜 왔다. 그래서 글로벌 대기업과도 첫해부터 일했고. 내 리소스는 늘 일부 한두곳 함께할 정도는 남겨둘 것이다. 나도 돈은 벌면서 해야 하니까.


오늘 봄날씨에 테헤란로 한복판을 걷는데, 밖은 화창한데 내 속은 칼바람이더라.


사람이 진짜 중요하다.

말을 아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