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파는 시대의 마케팅 비즈니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계열의 마케팅까지 연차와 상관 없이 늘 실무를 담당하고, 금방 리딩 포지션에 올랐다. 회사를 나와 마케팅을 파는 일을 시작할 때 자신감이 넘쳤다. 작은 비즈니스에서는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케팅을 통한 매출 실적을 궤도에 올렸고, 큰 비즈니스에서는 큰 볼륨의 마케팅을 추정하고 분석하고 리딩하며, 상급자를 설득하는 일을 익혔으니까.
하지만, 나 같은 사람, 나와는 다른 방면으로 잘난 사람들은 세상에 널렸다. 알고 있다. 인하우스(브랜드 조직 내부)에 있을 때에는 그런 경쟁들이 밀도 있는 성장으로 느껴졌고 어느 조직에서든 인정 받고 '장'이 되었으니 집중해야 할 초점이 명확했다.
그런데 회사를 나와 내가 가장 잘하고, 준비된 마케팅 역량을 판매하는 일을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요즘은 연륜과 연차와 상관 없이 누구나 크고 작은 성공들을 파는 시대가 되었다. 마케팅이란 원래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필수로 중요시하던 요소였지만, 이제는 누구나 퍼스널 브랜딩과 스몰 비즈니스를 하는 시대가 되어 그 저변이 넓어졌다.
문제가 되는 건, 마케팅이 더욱 더 자극적인 상품화와 거짓 성공으로 버무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 기획이나 디지털 마케팅 일을 아예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에이전시나 대행사를 차리고 영업력을 기반으로 커 가는 걸 자주 목격하고 있다. 물론 부럽다. 나처럼 시작한 지 얼마 안됐고, 소수 시니어 마케터들이 깊이 있게 브랜드의 액셀러레이팅을 돕는 BM은 그들의 사세 확장이 많이 부럽다. 사업이라는 걸 해 나가는 주변 사람들을 비판할 생각은 아니다.
그저 내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기 위한 니치한 지점들을 계속 보고 있다. 내가 증거로 어필하는 마케팅 성공 이력이나 차별성을 고려해 갖춘 BM (마케팅 서비스 구성) 이상의 빌드업이 필요하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디지털 여정에서 브랜딩 예산 없이 고객 여정을 촘촘히 설계하는 일이다. 퍼널을 구축하는 일. 그로스라는 명칭을 달고 일해 온 마케터라면 알 것이다. 하지만 나는 투자할 광고비 예산도 부족하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SNS 개인 채널을 빌드업하는 일과 오프라인에서 잠재고객들과 라포를 직접 쌓으며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일이라고 본다. 다만 여기서도 맹점은 생긴다.
SNS 채널 운영이야 익숙하게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를 가나 유튜브를 가나 널린 게 후킹성, 영업 마케팅 채널들이다. '사'짜처럼 보이고 싶지 않고, 내가 해 온 마케팅은 정직한 노력과 스킬, 역량이니 브랜딩까지 고려해 접근하고 싶다. 그러니 특정 스킬로 빠르게 채널을 성장시키는 방법이 있음에도 조금 돌아가는 느낌이다. (물론 요즘 프로젝트 리소스가 너무 꽉 차서 거래처에 집중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은 죽어도 얼굴 팔리며 여기저기 출처 없이 퍼져 나갈 소스들을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뒤엎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스몰 브랜드, 스타트업들의 브랜드와 마케팅 컨설팅, 특히 GO TO MARKET (시장 침투 전략)을 디지털 마케팅과 그로스해킹 기반으로 빠르게 액셀러레이팅하는 일을 특정 미래의 커리어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시기가 생각보다 조금 빠르다.
처음 회사를 나올 때 '이 정도를 매달 벌면 빚을 훨씬 빨리 청산하겠다'는 새 희망이 보였고, 지금은 어떻게든 Seed를 빨리 확보하고, 적은 리소스로 매출 볼륨을 확장시키는 자동화를 테스트하고 있다. 다만,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나는 일반 대행사들이 주니어 연차를 몇 명을 앉혀 두고, 영업에만 비즈니스를 집중하는 프로세스는 하지 못한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지금의 브랜드, 디지털 마케팅 액셀러레이팅 서비스를 파는 일을 비즈니스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최종 목표는 전혀 다르다. 나는 조금 더, 아니 훨씬 더 자연, 환경, 사회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고 싶다. 그렇게 달리기 위해 나처럼 자기 분야에서 꽤나 잘한다고 말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노력과 관점을 쏟아 붓는 일정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어려운 일은 같은 방향을 갖고 함께 달려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얻는 일 같다.
큰 성공을 위해 작은 성공을 만들어가는 일만큼 중요한 게 어디있겠냐마는, 거짓으로 부풀려지는 가짜 성공들이 판 치는 시대에서 진정성을 팔아야 한다. 나는 남들 제품과 서비스는 뭐가 됐든 어떤 환경이든 그렇게 잘 팔아 먹어 놓고는 막상 내 것을 하려니 정체성을 죽으라고 고집하고 있다. 참 훌륭한 뚝심이다. 자본이 조금 더 있다면, 리소스가 조금 더 된다면 빠르게 이 정체성을 더 확실하게 비주얼라이징하고 효과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텐데. 지금과 같은 Seed와 거래처의 마케팅 봐주는 걸로 바쁜 게 이어진다면 꾸준하게 채널을 만드는 일과 고민과 실행을 분담할 동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코어가 될 듯 하다.
꾸준하게 성공하는 일만큼 강력한 마케팅이 있겠나. 지금까지처럼 계속 성공적인 마케팅 포트폴리오를 쌓아가자. 혹은 마케팅이 아닌 어떤 분야에서든. 결국 제품이든 서비스든, 그걸 아우르는 브랜드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가 핵심이다. 거기에는 철학이 있어야 하고, '나다움'이 중요하다. 광고도, 프로모션도, 컨텐츠도, 비주얼적인 표현도 모두 일맥상통한다. 나는 성장하고 있다.
함께 할 동료를 구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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