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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광고비 1억씩 스케일업하던 브랜드의 몰락 그 이후

by 송건호


스타트업에서 통장 잔고와 마케팅 지표를 볼 때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 위태위태한 스케일업의 여정과 시리즈 투자 시딩이 잘 맞물릴 수 있을까? 벌써 7년, 8년 이 정도 시간이 흘러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그때 퍼포먼스마케팅의 폭발적인 영향력을 곁들여 이야기를 풀어 봅니다.




1. 숏폼의 조상 격인 그 시절 퍼포먼스마케팅


자동차 보닛 위에 삼겹살을 굽던 다이어트 광고가 있었어요. 같이 일하던 팀에서 함께 내놓은 컨텐츠였죠. 그때는 블랭크와 같은 숏폼의 원조 격 회사에서 마약 베개 광고로 흥행을 터뜨리던 때였습니다. 베개 사이에 날계란 한 판을 넣고 포크레인이 위에서 눌러보는 씬이었죠.


소구 할 수 있는 포인트를 가진 상품과 서비스만 랜딩페이지와 함께 있다면? 누구나 메타에서 ROAS 200-300%씩은 거뜬히 하던 시기였어요. 물론 어떤 곳들은 헤매고 있었겠지만, 그 시절 ROAS 500%까지는 여기저기에서 증명하곤 했고 기본적으로 효율이 잘 나오는 때였어요. 그때 이미 숏폼은 흥행하고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모두 수동 캠페인으로 운용을 했어요. 풀 퍼널(조회>트래픽>가입>구매>리타겟>CRM화)을 잡는 구조가 당연했습니다. 그게 컨텐츠와 함께 딥다이브 잘하는 퍼포먼스마케팅이었죠. 요즘은 ASC(Advantage Shopping Campaign)에 다들 의존하지만, 그 틈 속에도 빠르게 브랜드들을 키우는 커머스나 조직들은 수동 캠페인의 믹스를 잘 활용하고 있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구요.




2. 투자 지표 만들어야 하니까, 월 1억씩 계속 증액해!


매월 무섭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있었어요. 당시 저는 대표와 코파운더 한 명 사이에 책상을 두고 앉아서 회사 통장 잔고부터 모든 AARRR 지표를 보고, 관련 팀들의 그로스 매니징을 코칭하고 연결하며 마케팅 스케일업 지표를 만드는 역할을 했죠.


메타 광고 예산을 월 2억, 3억, 4억, 5억까지 늘려 가는 컨텐츠+퍼포먼스마케팅의 J-Curve를 그리고 있었어요. 프로덕트의 Active한 지표 관리와 함께 말이죠. 퍼포먼스마케팅의 ROAS가 깨지지 않는 선에서 소재와 퍼널 구조를 잡으며 예산을 증액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컨텐츠 제작을 하는 분들과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었죠. 하지만 결국 훌륭한 코파운더 분과 동료 분들 덕에 예쁜 그래프를 매 주간 경영진 회의 때마다 직접 브리핑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주마다 촘촘하게 고객 가설의 검증 사이클이 돌고 있었죠.




3. 갑자기 멈춘 메타 계정, 물밀듯 들어오는 부정 여론 공세


하지만 브랜드 관리 없는 광고 사이클에만 집중하면 놓치는 것들이 생깁니다. 갑자기 한참 몇 억씩 돌리던 메타 계정이 사용 정지가 뜨고, 유명 커뮤니티들에서 당시 브랜드를 비난하는 여론들이 들끓기 시작합니다. 부정 키워드가 주요 포털에 잡히기 시작하고, 광고를 서브 계정으로 돌려도 전에 없던 부정 댓글이 달리는 게 보입니다.


AARRR의 R : Referral은 어느 브랜드나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키 포인트로 꿈꾸지만, 단순히 여정 하나를 설계한다고 해결되는 지표가 아닙니다. 마케팅 리워드의 설계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힘도 원천적으로 중요하니까요. 어쩌면 당시 회사는 이 부분의 취약함으로 결국 무너졌는지도 모릅니다.


광고 유입과 동시에 리텐션 그로스를 촘촘하게 관리했음에도 불구하고, IMC의 세부 영역들을 터칭하는 인프라가 부족했던 게 당시의 아쉬움이었죠.




4.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빨리 원인 찾아 보고해!


당시 일을 조금 지나 생각해 보면, 어딘지 특정되는 경쟁사의 언더 바이럴과 광고 계정 신고 작업들로 추정합니다. 회사는 모양새까지 생각해 합정동에 6층 빌딩 하나를 통으로 임대하고 영업이익에 고정비 비중이 한참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투자 시딩을 막바지에 앞두고 한참 대표가 달리고 있는데. 아주 큰일이 터진 거죠.


바이럴의 힘은 그 방향에 따라 무서운 결과를 낳습니다. 팬덤과 브랜딩을 잡고 성장하던 주요 경쟁사 1,2곳과 달리 당시 제가 일했던 스타트업은 일단 퍼포먼스마케팅을 잘하는 역량들이 함께 했고, 컨텐츠를 잘 소구 했으며, 점진적으로 각 기능들을 빌더처럼 빼고 넣고 하며 비즈니스 성과를 높이는 그로스 방식이 있었어요. 하지만, 브랜딩과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에는 취약했죠.


결국 피봇팅과 다른 작업들을 통해 시리즈 A를 유치했고, 지금 C 브랜드의 이름으로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당시의 서비스와 사람들은 모두 이탈하는 결과를 낳았죠. 이 글을 읽는 현업 여러분들은 아시겠지만 브랜드들은 서로 신고하고 공격하고 늘 번잡하니까요. 그리고 스타트업은 그 리스크에 훨씬 더 취약하구요.




5. 마케팅은 통합 관점, 스타트업은 고객 레버리지


그때 이후 저는 다른 스타트업에 그로스해커로 들어가 아주 작은 마켓 안에서 리딩 포지션과 점유율을 높이는 경험을 이끌어 봅니다. 또 한 번 스타트업 대표와, 이번에는 더 붙어 일하며 신생 브랜드를 키워봤어요.


직전 회사에서 겪은 일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단순히 광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통합 마케팅과 그로스해킹의 플레이를 합쳐보는 실험에 집중했어요. 조직 구성원 모두가 '그로스해커가 왔대!'라며 제게 주목하는 정도로 실무자가 없었고, 대표의 전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빠르게 브랜드와 전체 조직의 그로스를 셋팅할 수 있었어요.


한 명 한 명의 고객 팬덤에 집중하며 그들의 메시지를 온드 SNS 채널에 녹이고, 각 가설의 컨텐츠들이 고객 매출로 연결되는 퍼널에 집중했어요. 약 50개의 페르소나로 고객을 구분하고 AARRR의 순서를 프로덕트에 맞게 바꾸며 각 스프린트 팀이 그로스 방식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총괄 역할을 병행했죠.


해당 시장은 유료 판매의 서비스 맥락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돈많은 스타트업이 아니었으니까, 롱 텀의 메시지를 네이버, 인스타그램, 유튜브, 광고, 랜딩페이지, 컨텐츠 각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딜리버리하고 그 컨텐츠 성과를 측정하는 게 중요했죠.


결국 매주 몇 편씩 광고 같지 않은 컨텐츠를 내보내며, 광고비 한 푼 없이 매월 수백명의 고객과 매출을 만들었어요. 기존의 브랜딩 팀을 흡수해서 그 중 기획을 숫자로 만들지 못하는 분은 드랍시키고, 데이터 그로스 대신 컨텐츠 그로스 팀을 새로 빌딩했어요. 상위노출이 잘 잡히는 네이버, 유튜브의 온드 채널을 만들고, 서비스 제공을 하는 선생님들을 각 특정 분야 전문가로 브랜딩하는 컨텐츠 전개를 빠르게 해나갔어요. 겉보기에 영상이나 배너들이 엄청난 감도는 아니었지만, 메시지에 집중하고 하드코딩을 통해 전환 추적을 해나갔죠.


고객 DB가 600% 이상 증대되고, 신생 브랜드의 매출은 빠르게 억 단위로 늘어났어요. 구매 전환율은 사람을 거칠 때 60% 이상, 객단가는 80% 증대되었죠. 그리고 각 랜딩페이지는 정규 홈페이지로 개편되고, 이제 브랜드 퍼널도 각 실무 팀도 준비됐으니 광고비를 늘려 크기를 키웁니다. 작은 조직이 리스크를 줄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점진적인 스케일업 프레임워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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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브랜드에서 브랜딩과 마케팅이란. '고객'만 잘 다루면 된다는 기본기를 잘 익히고, 이후 점차 큰 기업들의 리딩 포지션으로 옮겨가며 총 10개 정도의 인하우스 브랜드에 재직했습니다.





작년 3월 29일 해그로시 법인을 통해 크래프톤이라는 글로벌 대기업부터 청창사 등을 통과한 유수의 스타트업들과 함께 마케팅 프로젝트들을 수행했습니다.


조직 내 브랜드와 마케팅을 성장시키는 루틴 혹은 전문 셀이 필요하다면 의뢰하세요.

분기 별로 6곳만 한정해 함께 하며, 코칭은 5월 중순부터 가능합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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