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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옷 가게

by 손예림

똑똑

할 필요가 없는

입장권은 양심

필수 지참입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

마네킹과 옷걸이

빼곡히 진열된 신상 옷가지들


여느 옷가게와는

다른 거라곤 없는


주인이 반기며

튀어나올 거 같은

반쯤 열려 있는

낯선 문 한 짝


창고일까 탈의실일까

어둠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제 눈엔 어떻게 보일까요


누군가 숨어 있으면 어쩌죠

허락 없이 허락된 구역은

어디까지인가요


똑똑

하려다가

쓰윽

입장합니다


들어갈 땐 호기심

나올 땐 유레카


두 손에 들린 옷가지의 무게만큼

카드가 달게 되는 숫자의 무게도

무거워지는

쇼.쇼.쇼


무인이란 이런 건가요

지금까지 저 혼자였어요

약속을 지키셨네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위대한 쇼를 마칩니다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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