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후

by 리쏭

생각보다 수술을 길어졌다. 한두시간이면 나올거라고 생각했는데 밤 12시 30분에 들어간 수술은 아침 8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출혈이 멈추지 않아 오래 걸렸습니다. 수혈도 많이 했구요, 일단 경과를 지켜봅시다. .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아빠 먹는 약 중에 아스피린 없는거 맞아? 나중에 집에가면 약봉투 가지고 병원으로 와. .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기다림의 시간. 밤새 못잔 눈에 모래가 뿌려져 있는 것만 같았다.

전날 당직 근무를 하고 퇴근한 엄마가 오전 10시쯤 되니 약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너댓개쯤 되는 약봉지 안에 하얀색 아스피린이 들어있었다. 주황색 아스피린만 보고 살아왔으니 흰색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았겠나.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아빠의 약봉지를 보여주며 아스피린이 섞여 있었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간호사의 반응이 심드렁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니 슬슬 사람들이 모여든다. 중환자실 면회 시간이다. 할머니와 고모들이 왔다.

..어떻게 된거야? ..

있던일 그대로 설명을 했다. 그리고 면회시간이 되자 한 사람씩 10분씩 번갈아 가며 면회를 했다. 면회시간이 끝나자 감자탕집에서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식사는 내 돈으로 지불했다.

이제 곧 돌이 될 아들을 데리고 동생이 병원을 왔다갔다 하는게 안쓰러워 최대한 집에서 아이 돌보는데 집중하라고 한 뒤 다시 파트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파트장님, 아무래도 오늘도 서울에 못 올라갈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

다행히 오랜시간 봐온 선배님이라 다행히 이해를 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 어제 밤에 당직 의사가 다행히 신경외과 더라구. 나 그 사람이랑 진짜 안친한데 막 보여달라고 들이댔잖아. 근데 안 좋대. 뒤에 oxipital lobe이 다 깨져서 살아도 장애라는데?..

어쨌든 고마웠다. 친하지 않은 의사에게 물어보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친구가 좋구나.

오후 면회시간에 아빠에게 들어가 보니 퉁퉁 부어있는 얼굴이 우리 아빠가 맞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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