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퇴근하고 한강에 가자.
우리는 다낭으로 여행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직 좋은 것을 많이 보고 싶었다.
데이 근무가 끝난 후 남편이 나를 데리러 왔다.
이제 한강으로 가자. 뭐 먹을까. 주차할 데는 있을까. 빨리가자.
항상 설레이고 즐거웠다.
삼촌한데 전화가 왔네?
..아빠가 다쳤는데, 담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 갑자기 토하고 그래서 응급실 가는 중이야. 너가 오는게 좋을 것 같애...
갑자기 왜 아프대. 조심 좀 하지.
아쉽지만 운전대를 틀어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너무 파랗고 하얀 구름은 너무 예쁘다.
삼촌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안와도 될 것 같애. 병원에 왔는데 그냥 오지 마라..
잠시 갓길에서 고민은 했지만 그래도 가기로 마음 먹은 거, 달렸다.
가는 길에 동생들, 엄마에게 전화를 하나하나 해봤지만 상황을 판단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냥 내가 가서 봐야겠네.
대전, 내가 도착했을 때 아빠는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상태였다.
가족들은 나만 기다리고 있다. 엄마는 회사에 출근했고 병원에 올 생각은 아직 없었다. 또 나에게 여기 상황을 맡여놓을 모양이었다.
의사가 머리 CT 사진을 띄우고 설명을 해줬다.
..머리 뒤쪽이 심하게 깨진 상태라 일단 출혈이 멈추고 호전되는 것을 봐야 겠지만.. 위치가 머리 뒤쪽이라 장애는 남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중환자실 입실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아빠에게 다가갔다. 아빠는 눈을 감고 손을 간간히 허공에 휘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마치 귀찮은 날파리가 아빠 옆에서 윙윙거린다는 듯.
아빠. 눈 좀 떠봐.
눈은 뜨지 못하고 여전에 손만 휘휘 내저었다.
나름 중환자를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왜 저러는지 대략 짐작은 갈 것 같았다. 약간 불안해졌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아빠 고혈압약 먹지? 혹시 아스피린도 먹어?
엄마는 아빠가 아스피린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할머니도 오랜 아스피린 복용자로서 아빠는 아스피린을 안먹는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에서 아빠 상태를 물어보러 전화가 왔다.
파트장님, 갑자기 아빠가 다치셔서 대전에 왔어요. 내일 출근은 어려울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직장에 전화를 전화를 하고 아빠 머리 CT 사진이 담긴 CD를 들고 많이 친하지도 않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가 갑자기 다쳐서 대전에 왔는데 너 혹시 지금 무슨 과에서 일해? 신경외과 쪽이면 혹시 CT 영상 봐줄 수 있는 의사 알아?
다행히 친구는 본인과 전혀 친하지는 않지만 신경외과 의사가 당직이라며 나를 위해 의사에게 CT 영상을 보여줘보겠다고 했다. 친구에게 CD를 가져다 주고 친정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빠가 갑자기 구토를 해서 intubation을 해야 한다는 전화가 왔다. 한 시간 뒤에는 아빠가 응급수술에 들어가야 한다는 전화가 왔다. 아빠는 자정을 조금 남겨 놓고 수술실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