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초이 Aug 11. 2019

월리를 찾아라

당신의 월리는 어디에 있나요

 월리가 보이지 않을 때 만큼 초조한 순간은 없었다. 월리는 머리가 노랗거나, 안경을 벗었거나, 얼굴이 미묘하게 다른 수 많은 가짜 월리들과 함께 등장했다. 로마시대부터 우주 세상까지 월리가 가지 못할 곳은 없었다. 나는 내가 어서 월리를 찾아 주어야 그가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얼음, 땡!'처럼 말이다.

 

 월리를 찾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바닥에 엎드려 책을 편다.

 (2) 맘에 드는 페이지를 고른다.

 (3) 오른쪽 둘째 손가락으로 책을 짚어가며 찾는다.


 월리는 꼭 바닥에 엎드려서 자세히 보아야 찾을 수 있었다. 찾았다고 해서 동그라미를 치거나 색칠을 하지는 않았다.


 '월리를 찾아라'의 진짜 재미는 월리를 찾은 다음부터이다. 그제야 그곳이 물 속이었는지 하늘 위였는지가 보인다. 싸우는 사람들의 표정도, 과일 파는 상인의 옷차림도, 어디선가 월리를 바라보고 있는 월마도 보인다. 월리를 발견하는 순간, 나는 책 속으로 들어가 월리와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마치 월리도 나를 한참 찾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찾은 거다. 내가 찾은 월리는 이슬이가 찾은 월리랑은 다른 사람인 거다.




 나는 월리를 찾고 싶다. 나만이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월리를 만나고 싶다. 누구에게나 보이고 누구나 좋아하는 주인공 같은 사람 말고, 웬만하면 사람들이 잘 찾지 못하는 매력의 '나만의 월리'를.

  


   

 그런데 원준이가 태어난 후 나는 월리와 멀어졌다. 나는 책 속의 친구 대신 나보다 일곱 살이나 어린 동생을 대상으로 숨바꼭질을 했다. 문 뒤에 숨어있다가 아기가 나를 발견하고 웃는 순간 세상을 가진 듯 기뻤다.

작가의 이전글 시몬 카스테라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