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초이 Aug 11. 2019

시몬 카스테라 2

성수대교가 무너졌고 태수가 죽었다.

2. 태수는 우리 아파트 윗 위층에 살던 동갑내기 아이였다. 우리는 매일, 하루는 우리 집에서, 그다음 날은 태수네 집에서 만나 놀았다. 태수는 나보다 말이 느린 데다 눈물도 많았다. "혜윤이가 놀렸어요"라며 울 때마다 엄마는 우리 둘을 세워놓고는 '아이 예뻐라 아이 예뻐라'(뺨을 쓰다듬으며 서로가 예쁘다고 하는 거다)를 시켰다. 태수의 기억은 거의 없지만, 나를 바라보던 큰 눈동자와 짙은 쌍꺼풀은 어렴풋이 떠오른다.


 아마도 다섯 살 때의 기억인 것 같다. 우리 세 식구가 함께 있었으니 일요일에 벌어진 일이다. 그땐 토요일에도 아빠가 출근을 했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 시몬 카스테라를 먹던 중이라 양손이 모두 끈적끈적했다. 엄마는 '쇼파에 문지르지 말고 그냥 옷에다 문질러'라고 했다.


 인터폰이 울렸다. 기계음의 '엘리제를 위하여'였다. 인터폰은 주로 동네 아줌마들에게 걸려오는 거라서 자연히 엄마가 받았다. 바로 달려가 받지 않았고, 천천히 걸어가서 받았다.

 

 "태수가?"


 엄마는 인터폰을 내려놓고 그대로 벽에 기대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놀란 아빠가 다가가 뒤에서 안아주었다. 엄마는 아빠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가


"태수가 죽었대"라고 말했다.


 아빠는 울지 않았다. 둘은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태수는 내 친구인데?' 나는 엄마한테 다가가지도 않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세상에 죽음이라는 것이 있는 건 알았지만 그것이 이별인지, 다시 볼 수 없는 건지, 슬픈 건지, 아픈 건지,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나는 태수의 부재를 느끼지 못했다. 그 해 여름엔 아랫집 오빠랑 장수하늘소를 잡으러 다니느라 바빴다.

 



 태수가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차에 치어 세상을 떠났다는 걸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태수네 아줌마는 겨우 숨이 붙어있던 그녀의 아기를 안아주었다. 태수는 겨우 눈을 떠서 아줌마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둘은 병실의 하얀 침대 위에 한참을 같이 누워있었다고 한다.


 엄마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태수는 떠나고 없었다. 아줌마는 한 짝뿐인 태수의 슬리퍼를 들고, 한 짝이 어디 갔는지 못 찾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이 얘기를 하면서 '새끼를 그렇게 보내서.. 새끼를 그렇게 보내서'라고 말했다.


 

작가의 이전글 시몬 카스테라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