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초이 Aug 09. 2019

시몬 카스테라 1

성수대교가 무너졌고 태수가 죽었다

 1. 나는 마루에 앉아 시몬 카스테라를 먹고 있었다. 폭신폭신한 속도 좋았지만 얇게 벗겨지는 황토색 껍질 부분이 더 좋았다. 엄마는 항상 '흘리지 말고 빨리 먹어'라고 했다.

 엄마는 냉장고를 열다 말고 인터폰을 받았다. 나는 카스테라를 먹느라고 엄마가 뭐라고 하는지 듣지 못했다.

 인터폰을 내려놓은 엄마는 우유를 꺼내 컵에 따라준 후, 마루로 가 티비를 켰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티비 옆의 전화기를 들었다. 나는 왼 손으로 카스테라를 들고 오른 손으로는 코딱지만큼씩 뜯어먹으며 그런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엄마 엄마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뭐 입을 거냐고, 얼른 먹고 이 닦으러 가라고 하지도 않았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엄마, 나"

 "오지 마! 얼른 앉아서 먹어! 아침 먹어 얼른!"

 나는 옷에 빵을 흘려서 혼나는 줄 알고 고개를 숙여 부스러기를 주워먹었다.


 잠시 후 전화벨이 울렸다. 건너편의 목소리를 확인하자마자 엄마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왜 전화 안 받아. 왜 늦게 도착했어. 왜, 왜"

 "엄마 왜 그래?"

 "잠깐만. 혜윤아 얼른 먹어, 응? 뭘 자꾸 물어봐. 얼른 아침 먹어 너는"


 한참을 그렇게 울며, 왜 전화를 안 받았는지 묻더니, 이내 전화를 끊고 빠른 걸음으로 부엌으로 가서 다시 인터폰을 들었다.

'괜찮대요 언니, 도착했대요.'


 우리는 쌍문동 금호아파트에 살았고, 아빠는 매일 성수대교를 건너 강남에 있는 은행으로 출근을 했다. 아빠는 은행에 도착해 집에서 전화가 왔었다는 얘기를 듣기 전까지 성수대교가 무너졌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빠가 다리를 건너고 십여분 후 다리는 붕괴되었고, 그땐 핸드폰도 삐삐도 없을 때였다.


 엄마 뱃속에는 원준이가 있었다. 엄마는 사고 소식을 알자마자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최대리 아직 도착 안했습니다.'는 말을 듣고 엄마는 울지 않았다. 만약 혼자서 두 아이를 키워야 한다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딸에게 큰소리로 오지 말라고 화를 냈던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빠의 전화를 받자 공포라는 주머니가 터지면서 눈물이 나왔다. 그날따라 일찍 나가서 다행이라고, 그런데도 뭐하느라 늦게 도착해서 아까는 전화를 못받았는지 원망스러웠다. 시계를 보니 벌써 유치원 버스가 올 시간이었다. 얼른 아침을 먹이고, 씻기고, 옷을 입혀서 버스를 태워야 한다.

 엄마 나이 서른 두 살 때의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버터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