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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초이 Aug 09. 2019

버터링

그 시절 버터링 먹는 방법

 나는 고소하고 밍밍한 맛을 좋아한다. 계란과자, 버터링, 사또밥, 베베를 제일 좋아했다.

 

 버터링은 자주 먹을 수 있는 과자가 아니었다. 나에게 곽과자는 영원한 고급템이라. 아무튼 그날도 뒷자리에 앉아 '아빠 언제 도착해?'와 '아빠 다 왔어?' 콤보를 날리며 버터링을 먹고 있었다.


 마침 기름이 떨어져서 주유소에 들렀다. 주유를 하는 동안 움직이는 숫자를 바라보다 손잡이를 돌려 창문을 살짝 내렸다.


 유치원생이 보기에도 멋쟁이 었던 아르바이트생이 나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나의 버터링을 보았다.  


"안녕?"

"."

"버터링 맛있어?"

"."

"버터링은 먹는 법이 따로 있는데. 그냥 너 혼자 그렇게 먹으면 안 돼"


 나는 한 조각을 집어 부서지지 않게 조심조심 창문으로 넘겼다.


"검은색 부분은 남자가 먹고, 흰 부분은 여자가 먹는 거야. 그렇게 같이 먹는 거야"


 논리적인 그의 설명에 나는 매료되었고, 여태껏 이 고급 과자를 잘못된 방법으로 먹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엄마는 웃지도, 내 편을 들어주지도 않고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뒤로 왠지 모르게 버터링은 멀고 어렵게 느껴져 한동안 멀리했다. 이십 년 가까이. 그러다 최근 들어 이제 입맛도 아날로그로 돌아가는지 옛날 과자를 찾기 시작했는데 그 종점이 버터링이었다.


 아니 근데 이제 와서 자세히 보니 그 오빠의 말은 순 뻥이었다. 달팽이 모양이긴 하지만 연결이 되어있어서 딱 잘라 검은 부분 흰 부분으로 나눠먹을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엄마한테 따지듯 물었다. 왜 그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냐고, 내가 뭐 때문에 버터링을 안 먹게 되었는지 아냐고 말이다. 엄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걸 듣고 충격을 받은 내가 바보라고 말했다.




초코 버터링이라고 가운데 초코가 발라져 있는 버터링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 오빠는 초코 버터링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과자는 남자가, 초콜릿은 여자가?  그런 광고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단종된 초코 버터링)

+ 어릴 때 나는 초코를 먹지 않았으므로 그때 초코 버터링을 먹고 있었을 확률은 아주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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