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초이 Aug 09. 2019

목련

목련과 매그놀리아

 작년 뉴욕에 살 때 집주인 언니와 함께 센트럴 파크 산책을 다녔다. 사월 이일까지 눈이 왔다. 오월이 되자 꽃이 만개했다.


 그중에 내가 제일 좋아한 나무는 연두색 꽃이 핀 꽃나무였다. 명패에는 yellow magnolia라고 쓰여있었다.

(내가 봤던 꽃은 이보다 엷은 녹차에 가까운 연두색이었다.)


 목련을 좋아하게 된 건 2007년 재수학원을 다닐 때부터다.


 여덟시까지 대치동에 가기 위해 일곱시 십분쯤 집을 나섰다. 탄천을 건너 이매역까지 가는 길이 유난히 멀고 어두웠다. 도시락을 든 손이 시려웠다. 엄마는 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창밖으로 내 쓸쓸한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처음 몇 달은 그 길 위의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


 어느 날 집을 나섰는데 이상하게 하늘이 밝았다. 흰색 달이 아직 떠있었지만 하늘은 분홍빛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목련나무가 있었다. 얇은 나뭇가지 위에 커다란 꽃봉오리들이 앉아있었다.


 그날 이후 매일 목련나무와 눈인사를 했다. 꽃이 활짝 핀 날은 내 마음이 벅찼다. 다음날에도 꽃이 펴있으면 그게 나의 밝은 미래처럼 느껴져 반갑고 대견했다. 꽃이 졌을 때에는 쓸쓸했다. 한 장씩 이리저리 떨어진 꽃잎들은 누군가에게 밟혀 갈색으로 변해있었다. 비가 온 다음날은 그게 꽃잎이었는지 개똥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여름엔 초록색 잎이 돋아나 꽃의 빈자리를 메웠다. 목련 잎은 단단해 보였다.


 가을이 지나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이 싫었다. 해가 다시 짧아졌고 자연히 목련나무에 눈길을 주지 않은 채 겨울을 맞았다.




 대학 전공 건물로 가는 길에는 백목련과 자목련이 활짝 펴있었다. 나는 그 아래 한참을 서서 벚꽃보다 더 예쁘다고 말했다.


작가의 이전글 라일락 잎사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