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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초이 Aug 09. 2019

라일락 잎사귀

라일락 잎사귀에선 꿀맛이 나

 우리 가족은 아빠의 근무지 변경을 따라 아름마을 풍림아파트로 이사했다. 십일월 일일에 새로운 학교에서 자기소개를 했다. 마을에 적응하고 학교에 적응하는 몇 달 동안은 꽃구경을 하지 못했다.


 다음 해 봄이 되자 우리는 세 살이 된 동생을 데리고 동네 구경을 다녔다. 전에 살던 쌍문동과 달리 이곳은 꽃과 나무의 종류가 적었다. 대신 차가 적어서 사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며 마음껏 사진을 찍고 놀 수 있었다.


이건 장미덩쿨이야. 이 나무는 가을이 되면 노랗게 단풍이 들 거야. 아빠는 내가 나무를 좋아하길 바랬다. 엄마는 꽃나무를 좋아했다.


 며칠 후 할머니 댁에 갈 일이 있어 주차장으로 나갔다. 아빠는 큰 덤불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보라색 꽃이 핀 향기 나는 꽃나무였다.


"이건 라일락이라는 나무야. 향기가 좋지? 잎사귀에서 나는 향기야. 한번 먹어볼래?"


 아빠는 어릴 적 간식으로 라일락 잎을 씹었다고 했다. 꿀처럼 단맛이 난다고 했다. 초록색 잎사귀를 하나 따서 내 입에 넣어주었다. 나는 오물오물 씹어보았다.


                           으엑. 뭐야! 퉷!


 라일락 잎은 꿀이 아니라 똥맛이었다. 쓰고 떫고 혓바닥이 리글리글한 느낌이었다.


"애한테 그걸 왜 먹여? 농약 묻었으면 어쩌려고!"


 엄마는 아빠를 나무랐다.

 아빠는 멋쩍은 듯 껄껄 웃었다.

 나는 아빠가 나한테만 장난을 친 게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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