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신들이 피고 지고

monnani.diary 에세이 중

by 하이디함

세상에는 별의별 귀엽고 소중하고 짜증나는 상병신들이 많다. 아마도 나도 그중 하나일 거다. 그래서인가 나는 유독 더 많은 상병신들을 발견하고 만나는 것 같다. 내가 만나온 상병신들을 나는 혐오하기도 하고 애정하기도 한다. 누가 봐도 내 희생이어도 내 온 가슴을 다해 품어주겠다고 자처하기도, 치를 떨며 지긋지긋하다며 차단하기도 한다.



이해는 항상 나의 몫이다.


그들에게 이해를 바라지 않은지는 10여 년도 더 됐다.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다운그레이드된 구시대의 산물들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기능을 바라면 안 되는 거다. 카세트 플레이어가 재생이나 할 수 있음 됐지 무얼 더 바라랴.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 말은 즉슨 나는 사실 그들의 무능을 마음 깊은 곳부터 진심으로 등한시한다.



누구는 내가 회사에서 힘들어하는 얘기 들어주기가 버겁댔고

누구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며 당일 약속파토를 하고

누구는 아는 것도 경험한 것도 너무 많아서 싫댔고

누구는 교회 좀 열심히 다니라고 하고

누구는 갈등 상황에서 대화로 풀 수 없는 것도 있다며 좀 덮고 넘어가자고 화를 냈고

누구는 3초 이상의 방구를 자꾸 뀌어댔고

누구는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서 거짓말을 했고

누구는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은 정도의 끌림일뿐 그 이상은 아니었는가 보다



나는 적어도 한 때 그들을 내가 가장 빛낼 수 있는 빛을 담아 눈썹뼈, 속눈썹, 그 밑에 옅은 기미, 관리를 했지만 완벽하지 못한 구레나룻과 입술 위 잔털까지 찬찬히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진정한 상병신 중 상병신답게 아름다워했다 영원하지 않은 존재들의 찰나가 얼마나 귀하고 예뻤는지.. 떠나면 모근을 쥐어잡아 흔드는 것 같이 아팠고 벌겋게 찰과상이 남았다. 그럼에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이래나 저래나 딱지지고 거뭇해져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반복학습으로 익히게 되었다. 그러니 그냥 받아들일 뿐 화도 나지 않는다 기대도 없었으니까



내가 너에게 소리를 질렀으면

너를 얕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을 안겨서 속상했다는 거니까

내가 너에게 소리 없이 사라졌으면

상대할 가치도 없었다는 뜻이다 재미는 봤는데 끝났다는 뜻이다



수선화 지면 벚꽃이 피고

벚꽃이 지면 철쭉이 피고

철쭉이 지면 장미가 피고

장미가 지면 수국이 피고

수국이 지면 해바라기 피고

해바라기 지면 참나리 피고

참나리 지면 배롱나무꽃 피듯

- 예쁘고도 추한 나의 상병신들은 계속 지고 또 피어나니까



우리 서로에게 숨 쉬듯이 다정해보자, 그냥 살아도 각박한 세상인데 가만히 있어도 억울하고 공격받는데 적어도 우리끼리만큼은 숨 쉬듯이 다정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라고 말했더니 그 말을 듣고 마치 감명받은 듯 잠시 곱씹는 표정을 지은 나의 어여쁜 배롱나무꽃.


그럼에도 그는 4시간 뒤 나를 내쳤고 대화를 거부했다. 하하 이제는 더는 꽃을 원망하고 내가 가엽다고 나를 미화해 설득하고 싶지도 않아. 자기 연민도 이젠 유행 지난 찌질함 같이 느껴지거든. 나도 네가 되었다, 잘 봐라 비로소 공평해졌지 추하고도 예쁘게. 누가 뭐라 하랴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뿐이다






지피티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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