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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함 Mar 03. 2023

선0후사, 자만추 vs 오늘부터 1일

[제1편] 90년대와 MZ세대의 변화하는 연애방식에 대하여


INTRODUCTION

연애시스템이 변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한국에서 타지로 이주하게 되면서 생긴 나만의 변화가 아니다. 90년대생이라면 특히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에 있었을 때도 젊은이들의 연애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중학교때부터 20대 때까지 쌓아온 연애 가치관과 시스템은 요즘의 연애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선섹후사, 자만추 등 이전에 없던 연애와 관련된 개념들이 신조어로 생기는 것을 보면 이것은 분명 나에게만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다. 60대의 부모님 기성세대들이 30대인 우리 세대를 하찮아했듯, 요즘 30대들도 Z세대 친구들을 하찮아하는 모습을 변변치 않게 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 쇼츠나 릴스를 생각없이 스크롤하며 보고 있노라면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MZ세대의 특징을 비아냥대는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글은 저자가 개인적인 연애경험과 생각을 정리하므로써 주관적으로 저자에게 맞을 연애관을 정립하고자 써내려가는 글이고, 객관적으로 어떤 연애방식이 맞다 틀리다라는 도덕적 판단은 제지하고자 한다. 이글을 읽는 독자 또한 저자의 연애관에 공감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심한 비난 또한 닫힌 결말로의 평가는 자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HOW?

90s vs MZ = 한국적 vs 서구적?


이글에서는 저자가 느낀 중학교 때부터 20년대까지의 일관된 연애방식을 90s Love 라고 칭하고, 30대에 접어들게 되면서 최근 1-2년 사이에 느낀 연애방식을 MZ Love 라고 칭하겠다. 두 연애방식은 세대의 차이,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생기게 된 분류다. 그러나 여기에 지역적/범위 요소까지 하나 더하겠다. 90s Love 는 기존의 한국적인 연애방식으로, MZ Love 는 서구의 연애방식으로 일반화시키겠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연애방식을 나누어 설명했을 때 저자가 만난 서양친구들은 그것을 꼭 "서구의" 방식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사바사 = 사람마다 다른 것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평했다. 그러나 우선은 쉬운 이해를 위해 이분법적으로 설명하고, 이후에 더 구체적으로 유형과 정도의 차이를 짚어가도록 하겠다.




WHAT IS...

90s Love 와 MZ Love 는 무엇인가?


90s Love는 단순하게 말하자면 남녀가 서로가 이성적으로 마음에 들면 둘 중 한 명이 자기의 마음을 고백하고 둘의 관계를 "남자친구/여자친구" 즉 애인의 관계로 정의해도 괜찮을지 상대방에게 허락을 구하고, 상대방의 승낙 후에서야 연인스러운 육체적 교류(스킨쉽)를 시작하는 것이다.




MZ Love 는 그 순서가 반대로 남녀가 서로가 이성적으로 마음에 들면 육체적 교류를 먼저 진행해보고 몇 차례의 육체적 교류 후에도 서로의 마음이 자라고 나서야 둘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사귐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음


물론 10년 전에도 지금도 두 부류의 연애방식은 항상 공존해왔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여겨진 연애방식은 이제 90년대에서 MZ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재미요소를 더하기 위해 90s Love 연애방식의 실제 예시를 들고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다음 글이 내가 가장 최근에 고찰하고 새롭게 생각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 몹시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 바로, "시츄에이션십" - MZ Love 과정 중 남친/여친은 아니면서 육체적 교류를 하고 데이트를 하는 애매한 단계에 대해서 파고들자 한다. 이 연애방식도 실제 예시를 들 예정이며, 특히 저자는 시츄에이션십에 아직 익숙치 않은 초보 MZ Lover 로서 그 관계의 모순과 극복법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MPLE

90s Love 예시: 청와대에서 일하는 대학교 선배


그는 12년 전부터 알고 지낸 대학교 선배였다. 그는 신입생 OT 때부터 나를 여자로 봐왔었다고 한다. 나름대로 과내에서만큼은 "빅뱅 TOP"이라고 불려지는 선배였고, 극강의 저음 목소리와 느릿느릿한 동작은 그의 인상을 무게 있으면서도 여유있는 사람으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내 주변인들은 모두 그의 이름이 대화에 등장할 때마다 애정을 담아 그를 호평하곤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적당히 친하게 지내는 다소 밋밋한 선후배 사이였다. 다른 친구들과 같이 캠퍼스 내 벤치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수업도 듣고 그 정도? 아, 내 졸업식 때 말없이 나타나 꽃다발을 주고 간 것은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긴 했다. 그러나 그것뿐 사실 학교생활 중 나는 단 한 번도 그를 이성으로서 느꼈던 적이 없었고, 그럴만한 사건도 없었다.



졸업 후 8년동안도 그와 나는 딱히 접점이 없었다. 특히 그는 수년간의 고시공부로 사회생활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가 고시공부를 접고 청와대에 취직하게 되면서 그제서야 다소 뜬금없이 내게 연락이 왔다. 잘 지내냐고, 고기 사줄테니 만나서 밥을 먹자고! 정말 뜬금없었다. 나는 그것을 이성간의 데이트로 생각할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냥 오랜만에 학교선배 보러 가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나기 한 시간 전쯤 미술관 측에서 '전시회 예약완료' 문자가 오는 것이다. 이때부터 이 사람은 오늘 우리의 만남에 계획과 뜻이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동안 생각 없고 성의 없는 쪼랭이들을 너무 많이 만나와서 그런걸까.. 나는 이때부터 예약완료 문자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의 성의에 가슴이 설렜다. 나와의 시간을 허투루 여기지 않고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데이트 계획을 1안, 2안까지 준비해온 그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8년만에 본 선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늙었었다.. 영락없는 아저씨였는데 외관적인 면에서 오는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그와 보낸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단순히 "해볼려고~" 잘해주는 모습이 아니었고, 오랜 기간 동안 나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나를 소중하고 의미있는 사람으로 대해주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이후로 총 세 번의 데이트를 나와 갖게 되었고, 그 세 번의 데이트 동안 굉장히 절제되면서도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세 번째 데이트 때 그는 하이볼 한 잔을 들이킨 후,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더니, 내 두 눈을 바라보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그의 마음을 장문으로 고백했다. 그리고 "OO아, 나랑 사귀자"라는 정통 90s Love 의 대사를 펀치라인으로 날렸다. 요즘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자신 없어 휘청거리는 나를 앞에 두고도 그렇게 당당하고 견고하게 고백할 수 있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래도 나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넘기려고 했는데, 그는 내게 분명한 대답을 몇 번이고 요구했었다. 본인은 관계를 분명히 해야만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나는 그의 요청에 못이겨 승낙했고, 그제서야 그는 내 손을 잡았다. 자신만만하게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많이 긴장했었는지 그의 손에는 땀이 계속 났었다. 그는 확인차 한 번 더 물었다. "그럼, 우리 오늘부터 1일인거다?"






우리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흔히 말하고 들은 이 대사. 이제는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대사는 이제 MZ 세상에서 "우리 (관계)... 뭐야?" 영어로 "So... what are we?" 로 대체된다. 다음 편 기대해주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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