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MZ세대 연애방식에 물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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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저자가 느끼는 연애의 변화를 90s Love에서 MZ Love 로의 전환으로 설명하였다. 두 가지 연애 방식에 대한 주요 차이점은 '사귐'과 '육체적 관계'의 순서, 그리고 국내 또는 서구에서의 보편성으로 정리해보았고, 이후 구형의 첫 번째 방식인 90s Love 에 대한 실제 예시를 들며 글을 마쳤다. 고백 후 사귐을 원칙으로 여기는 순정파 청와대 남자의 썰이 궁금하다면 1편을 참고해주세요.
MZ Love 에 대한 고찰
MZ Love 를 시작하게 된 배경 - 사랑에 대한 환멸감
저자는 또래에 비해 MZ Love를 좀더 일찍 접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에는 가슴 아픈 과거 사랑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주변인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저자는 20대 후반쯤 만나 운명이라고 여겨오고 4년반 동안 사귄 연인이 있었다. 살면서 그때만큼 강렬하게 사랑해온 적이 없다고 확신한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함께 늙어 같은 무덤자리에 묻히고 다음 생에 원소가 된다면 아마 같이 결합해 하나의 원소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만큼.. 모든걸 내어줄 수 있는 연애를 했었다.
강렬하고 진한 사랑만큼 이별 또한 치명적이었다. 전문 자격증 시험을 수년간 준비하던 그는 시험에 떨어지게 되자 극도의 예민함을 보였고, 몇 번의 다툼 이후로 잠수이별을 해버렸다. 이 연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면 또 하나의 글이 될 것 같으니 이 정도로 마치겠다. 그러나 이 연애와 이별은 저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큰 사건이었다. 이별 이후로 5년의 시간이 지났고, 저자는 그동안 새로운 연인을 상당히 많이 만났지만 그중 그 누구와도 함께 미래를 상상하며 사랑할 수는 없었다.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마음이 불구가 된 것은 아닐까, 혹 아예 사랑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씁쓸하게 30대의 개막을 열었다. 그리고 주변 또래 중 진정 사랑에 빠져서라기 보다는 어찌저찌 조건에 맞춰서 혼자 나이 드는 것이 두렵다는 이유로 결혼을 서두루는 사람을 보며 더욱이 결혼에 대해 환멸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렇게 영원한 사랑의 약속에 점차 비관적으로 변해가게 되자 그냥 아예 혼자 사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매직 트라이앵글 (Magic Triangle) - 이론
옛날 옛적 썸남이 굉장히 많았던 날들이 있었다. 지나간 기억에 대해 머릿 속에서 과장되게 미화된 것일 수도 있지만.. 실로 이성이 끊이지 않고 다가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당시 우스개소리지만 농담으로 친구들과 하던 말이 있었다. 연애에 있어 쉽게 마음이 동요되거나 찌질해지지 않기 위해, 이성적으로 여유있고 매력적인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매직 트라이앵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좀 문제적인 발언 같은데.. 당시에는 많이 어렸으니 철없음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매직 트라이앵글이란 3명 이상의 썸남/썸녀를 두는 것을 말한다. 남자친구/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 이 이론을 실천한다면 두 말 할 것 없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확신할 수 없는 단계의 솔로에게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보았다. 사실 만나야 할 인연은 감정을 재고 밀당을 할 필요도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서로에게 일대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연애가 그렇게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것만이 옳은 방법의 연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명을 동시에 만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은 독이 된다. 하지만 매직 트라이앵글의 긍정적 효과는 호르몬과 감정에 미쳐 스스로를 해치는 도박적인 사랑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에 빠진 후 실패하더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베이스를 다져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매직 트라이앵글은 뚝심을 만들어준다. 1명의 썸은 극심한 몰입을 유발하고, 2명의 썸은 둘 중 한 명이 별로일 경우, (사실 둘다 별로인 사람인데도) 다른 한 명이 더 대단해보이는 나머지 비합리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상황을 연출한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을 때, 또는 애매할 때, 또는 머리로는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알지만 가슴으로는 실천하지 못할 때 매직 트라이앵글을 권했다. 3명의 썸을 머릿속에 두게 되면 삼각형 가운데에 내 자신을 중심으로 두고 그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게 나의 독립적인 공간을 유지할 수 있다........ --- 고 생각했다. 그것이 매직 트라이앵글의 이론이었다.
매직 트라이앵글의 현실은 해외에서 MZ Love 를 실현하면서 겪게 되는데 그것은 다음글에 다루도록 하겠다. 우선은 해외사례 이전에 앞서 국내에서의 MZ Love 체험기를 공유하겠다.
국내에서의 MZ Love 경험
타지살이를 시작한지 2개월차. 저자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MZ Love 를 실현하고 있다. 즉, 남자친구는 없지만 데이트는 지속적으로 하고, 사랑의 제스쳐와 행위는 나누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할 수 없는 관계에 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90s Love 와 MZ Love 그 사이 어딘가에 있기는 했었다. 일단 전제조건은 저자가 완전히 꽂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다정한 순간들이 그리워서, 터치가 좋아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재미있어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 호감이 가고 정이 들어서 등등의 이유로 MZ Love 를 실행해왔다. 그중에는 육체적 교류가 사귐으로 이어진 사람들이 극소수고, 이어지지 않고 흐지부지해진 사람들이 대다수다.
국내로 말하자면 육체적 교류에서 사귐의 단계까지 결정해야 하는 기간이 비교적 짧다. 3번의 데이트 정도 후 사귀기로 동의하면서 그 관계를 지속시켜갈지, 아니면 관계를 끝낼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저자의 경우는 아무래도 나는 애매하지만 상대방이 확신이 있어 다가와줘서 성립된 관계다 보니, 보통 첫키스만 해도 상대방이 "우리 뭐야?"를 시전하며 사귀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다. 저자가 느끼기로는 육체적 관계가 시작되는 동시에 상대방의 마음이 기하학적으로 부스트업 되는 것 같았다. 상대방이 사귀는 것을 원하고 그것을 밝히는 순간부터 모래시계는 거꾸로 돌려진다. 저자는 그 모래시계의 기간이 첫 키스부터 마지막 데이트까지 2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여러차례 경험하게 된다. 저자는 이 2개월 징크스를 깨기 위해 어떻게든 그 이상을 버텨보려고 했지만.. 연애라는 것이 한 쪽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에 결국 또 실패하고 만다.
반복되는 실망에 진절머리가 날 무렵 해외 취직에 성공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형식의 데이팅 관계를 겪게 되는데....
해외에서의 MZ Love 경험 - 예고
사진은 썸남 초상권 보호+시각화를 위해 비슷한 느낌이 나는 연예인으로 골랐습니다.
대학교 때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거의 10년 만에! 매직 트라이앵글 이론을 실천하게 된다.
인도계 영국남자, 네덜란드 남자, 그리고 프랑스 남자 - 이 세 명의 썸남과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하나하나씩 구체적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기대해주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