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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함 Mar 21. 2023

네덜란드 디지털 노마드와의 만남, MZ 연애의 시작

[제3편] 타지에서 MZ세대 연애 체험 - 이거 맞는건가?

트여르크와의 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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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MZ Love 의 시작과 그 이후 3명과의 썸, 매직 트라이앵글의 이론적 정의에 대해 설명해보았다. 매직 트라이앵글이 생소한 독자는 2편을 참고하면 되겠다.




데이팅 어플/앱 만남의 장단점


이번 편에서는 매직트라이앵글의 가장 첫 꼭지점을 채운 트여르크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트여르크와의 이야기가 들어가기 전에, 이곳에서 이뤄진 거의 모든 연인 관계는 어플/앱으로 이뤄진 것임을 밝히며 어플 만남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어플로 연인을 만나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 그 사용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제는 데이팅 어플 프로필 작성 팁, 유형, 만남 후 결혼 등의 콘텐츠도 흔히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만남을 위한 수단으로서 당연한 것이 되었다. 물론 어플을 사용할시 소위 말하는 "이상한 사람"을 접할 확률이 다소 높기는 하다. 평상시 자신의 욕구를 건강하고 당당한 소통으로 표출하지 못했던 이들이 디지털 프로필의 가면 속에 자신을 가린채 음침하고 비열하게 토해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사실 오프라인 사회 내 우리 주변에 항상 있다. 다만 그들이 음침함을 숨기고 있어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뿐. 이것을 염두해두고 신중하게 균형을 이루며 적당히 사용한다면 어플이 주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저자는 8-9년 전 대학생이었을 때부터 어플을 접하게 됐다. 같은 어문학과의 선배가 '언어/문화 교환 어플'이라며 '틴더'를 알려주었다. 지금 틴더가 어떤지 아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 얘기다. 하지만 그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틴더가 내국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외국인들이 외국인들을 또는 외국 경험이 있는 내국인들을 만나기 위해 쓰이는 앱이었고, 가볍고 육체적인 교류를 위해 앱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분명 있었지만 대다수까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나중에 말하게 되겠지만 가볍고 육체적인 교류를 추구한다고 그것이 비윤리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태원에서 막걸리바를 운영하는 외국인 친구와 친해져 바를 직접 방문하기도 하고, 만나본 적은 없지만 한국여행에 대한 팁이나 비빔밥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던 순수 그 자체의 기억도 있다.



어플 만남의 최장점이자 최단점은 만남이 너무 쉽다는 것이다. 남자들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고도 들었지만 일단 30대 초반 여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렇다. 너무 쉽게 사람을 만나고 자극을 찾을 수 있는만큼, 조금이라도 안 맞는 부분 또는 마찰이 생기면 손쉽게 갈아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이 많고 의미부여를 많이 하는 천상 문대인의 감성이라 그렇게 쉽게 사람을 버리는 것이 불가한 성격이다. 하지만 역으로 상대방이 저자를 고우스팅 할 때 (ghosting = 연락을 씹고 사라짐) 그 상처를 자연스럽게 천천히 씹어 소화하려 하지 않고 바로 새로운 사람을 만남으로써 상처를 삼켜 넘기려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또한 상대방이 고우스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나보다 핫한 여자가 생겼나'라는 열등감 어린 상상 속에 마음 저려했던 적도 종종 있다. 어플을 중장기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인연의 의미와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게 되고, 자극에 중독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상 어플 만남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경험을 나누었다. 저자는 본래 각 썸남들에 대하여 어떻게 만났는지부터 시작해서 그들과의 데이트 사건을 다 나열할 생각으로 이 블로그를 시작하였지만, 그렇게 되면 책 한 권을 써야 할 정도의 길이가 될 것 같고, 또 지나간 이들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적어가는 것이 저자에게 정서적으로 몹시 힘든 관계로 기본 프로필 설명과 그들과의 만남이 준 교훈을 중심으로 작성해보도록 하겠다.






트여르크와의 첫 만남


이름: 트여르크

국적: 네덜란드

나이: 37 정도

직업: 웹 개발자 (프리랜서)

해시태그로 보는 특징: #흔한공대남 #키다리아저씨 #노력형 #소통형            



저자는 어려서부터 외국인 친구들이 많이 있었지만 외국인 이성과 키스에서 그 이상으로 하물며 제대로된 정식 데이트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주로 한국인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글이었을 때도 크게 방어벽으로 작용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지금 생각하면 조금 어이없게도.. 체모에 대한 수치스러움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브라질리언 왁싱?!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남자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이것은 저자가 실제로 경험하기 이전에 가장 친한 유럽친구들에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물어 알게 된 것이다. 왁싱은 너무 괴롭다.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하자면 아시아인의 체모는 얇디 얇은 서양인의 체모와 다르다. 고로 왁싱되기에 부적합하다. 면도로 아예 모공까지 쓸게 되면 그 이후로 쭉 고슴도리 한 마리를 키울 각오를 해야 한다. 상당히 불편하다. 인그로운 (속살로 들어가는) 헤어로 인해 여드름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저자는 그냥 3mm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만 해둔다. 여태 체모로 문제가 됐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저자는 더이상 체모에 대해 수치스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이 모든 이야기를 트여르크와의 첫 데이트에 다 고백해버렸다.


그와의 만남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바로 이것, 그가 나의 "첫 타자"라는 것. 그동안 나를 주춤하게 만들었던 모든 요소를 여실히 다 공유하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랑의 교류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호치민 4군 여러 종류의 생맥주를 파는 루프탑 바에서 만났다. 이후로 다른 외국인과들도 만나면서 느끼게 된 '첫 데이트' 특징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 하나! 웬만하면 밥을 같이 먹지 않는다. 우리네 정서는 "데이트 =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것"이라고 정의해도 될 정도로 음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지어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과의 소개팅에서도 분위기 좋고 맛있는 이태리 양식이나 일식집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그런 한국인의 정서와 달리 외국인들은 첫 데이트에서 밥먹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꺼려한다. 저녁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느지막히 8시쯤 맥주를 마시기 위해 만난다. 한국인으로서는 좀 서론 없이 본론부터 들어가는 느낌이다.


트여르크와의 첫만남 장소: 호치민 4군의 어느 힙한 루프탑 바



맥주 두 잔을 마시고 나니 금세 텐션이 올라 내 앞에 누가 있던 상관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2차 칵테일바로 이동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데 그의 손이 나의 허리 뒷쪽에 살포시 올려져 있었고, 그는 비상구 계단 구석으로 나를 슬쩍 잡아 당겼다. 그러고서는 한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잠시 내 동의를 구하는 듯 눈을 쳐다본다. 슬며시 다가와 포개어지는 두 입술. 아 참으로 젠틀하고 벨벳같이 부드러운 키스였다. 저자는 친구들에게 키스 강의를 하고 다닐 정도로 키스에 대해 확고한 취향과 철학이 있는 편인데... 아.. 그동안 국내에서 해온 나의 애처로운 노력의 순간들이 주마등같이 스쳐지나간다. 해외에 나와서 하는 첫키스가 이렇게 내가 원하는 키스를 바로 해주네 싶어 어이가 없었다. 부드러운 입술의 촉감으로 겉표면을 감싸주기를 반복하는 수줍고도 조심스러운 키스! 내가 가장 선호하는 키스다. 때때로 열정적인 키스도 좋지... 좋지만 일단 입 외의 부위에 침이 축축하게 묻어나는 것을 몹시 불쾌해하는 나로서는 보통 이런 젠틀한 키스를 선호한다.



칵테일바에서는 조금도 떨어지지를 못하고 연신 내게 키스를 쏟아부었다. 새벽 1시쯤이라 그도 나도 다들 이미 잔뜩 취한 상태였다. 키스를 잘하기 위해서는 입의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곁가지 터치들이 몹시! 몹시! 중요한데, 그의 두 손은 다정하게 몸의 표면 곳곳을 쓸어주고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그의 터치는 그가 본능적으로 키스와 터치를 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나이인만큼 수년간 쌓인 경험으로 인해 다른 여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노력형으로 하나씩 고치고 배워가며 이뤄진 터치로 느껴졌다. 참으로 성실함과 배려심이 느껴지는 터치였다.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는 내가 그것을 단번에 캐치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신기해했다. 몸의 대화라는 것이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마음이나 사람의 내부를 단절하고 하는 가벼운 대화만은 아니다. 각자의 사람들마다 그들의 손길에 마음을 흘리게 되고, 손길을 받는 사람은 상대방의 영혼의 크기를 체감할 수 있게 된다.



각자의 사람들마다 그들의 손길에 마음을 흘리게 되고,
손길을 받는 사람은 상대방의 영혼의 크기를 체감할 수 있게 된다.




트여르크는 첫데이트 이후로도 거의 2-3일에 한 번 꼴로 나와 약속을 잡았다. 그는 강렬한 매력과 마성의 사나이는 아니었지만 안정적이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타지생활의 시작에서 처음으로 체온을 나누고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에게 사랑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를 생각하는 내 마음에 깊이가 생기길 바라기는 했었다. 그가 호치민 거주자가 아니고 단 몇 개월만 디지털 노마드로서 이곳에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 맞는 사람이라면 지리적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건 내 자신의 커리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나 또한 프리랜서로 세계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뒷바침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트여르크와 함께 미래를 꾸리게 되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본 적이 있다 (ENFJ의 고질병). 암스테르담의 아기자기한 수로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상상했다. 기분 좋은 상상이었다.



나는 매번 신사답게 대해주는 그에게 일종의 신뢰감을 느꼈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서라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마침 비즈공예가 취미라 남자용 팔찌를 하나 만들어줬다. 그렇게 큰 의미를 담아서 만든 것은 아니었는데 훗날 그 팔찌는 크나큰 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트여르크 이야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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