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면과 영상노출

육아의 난제

by 살믄녀행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많은 선택의 연속인 것 같다.


분유를 고르는 것부터 젖병, 식기를 고르는 것


이유식을 죽 형태로 줄지 미음과 반찬으로 나눠줄지


아이밥은 언제까지 무염식을 고수할지


넘치는 육아 정보와 아이템 후기 속에서


어떤 선택이 내 아이에게 최선일지를 고민하는 것이


응당 부모의 삶일지니 하는 생각이다.



그중에서도


32개월 간 아이를 키우며 했던 선택들 중


가장 쉽지 않았던 것을 꼽으라면


분리수면과 영상노출시기에 대한 선택일 것이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 기질이 다르고


어떤 아이에게 좋은 선택이 또 다른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지만


아내와 가장 많이 고민하고 고민했던 선택이 바로


이 두 가지였다.


[분리수면]

분리수면에 대해서는 이미 하고 있던 가까운 친구네를 통해 알고 있었다.


잠자리에 예민한 아내였기에 조리원에서 나온 후부터 바로 분리수면을 하게 되었다.


새벽에 여서일곱 번은 아기방을 들락거리고


설치한 캠을 통해 소리와 움직임 감지 알림을 켜놓고 아슬아슬한 잠을 잤던 시기가 지난 후


50일이 될 무렵부터 아이는 8시간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잠도 잘 자고 기질이 무던한 아이인 건지


아이 옆에 누워 토닥토닥해주고 굿나잇 인사를 하고 나오면 아이는 스스로 잠들었다.


분리수면을 한 덕분에 우리는 항상 좋은 컨디션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분리수면의 딱 한 가지 단점은


아이가 누구와 함께 있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는 점


아무리 늦은 밤에도 아이는 부모가 함께 있으면 노는 시간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그래서 여행을 가도 꼭 분리된 방이 있는 객실을 구해야 한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인 듯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장점들 때문에


우리 가족에게 분리수면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영상노출]

또 한 가지 가장 어려웠던 선택은 영상노출이었다.


사실 영상노출이 어린 자녀에게 주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부모가 알고 있을 것이고


영상노출에 대한 부모의 선택이라는 것은


아이가 얼마나 컸을 때 영상을 보여줘도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를 가만히 앉혀놓아야 할 순간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순간에 가장 쉬운 방법은 재밌는 영상을 틀어주는 것이고


두 돌 이전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보여주지 않겠다고 타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우리 부부였지만


두 돌 조금 전 푸켓에서 3개월가량 거주하면서


마트에서 장 볼 때나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약 1주일 정도 영상노출을 몇 번 시킨 적이 있었다.


당시 아이는 언어가 폭발하는 시기였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단어를 말하고 대여섯 단어가 붙은 긴 문장을 말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자세히 말하자면 문장의 첫 글자를 더듬었다.


엄마를 부를 때 엄엄엄엄 하면서 마를 하지 못하고 계속 더듬기만 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도 당황스럽고 짜증이 났는지 말을 하려다 울기도 했었다.


그 순간은 정말 공포스러웠다.


결혼 전 직장에서 나 또한 같은 경험을 했었다.


평소와 같이 사무실 전화를 받아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인사문구를 말하려던 찰나


말이 막혔다는 표현이 좋을까


물을 가득 채운 세숫대야에 얼굴을 콱 박은 것처럼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너무 놀라 전화를 끊자마자 대학병원 정신과로 달려갔다.


상담을 받고 이후 검사까지 해본 결과


불안장애로 인한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6개월가량 치료를 받았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이가 말을 못 뱉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은


당시 엄청난 자괴감을 겪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고 그 감정을 내 아이가 겪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 너무도 괴로웠다.


아내는 침착하게 나에게 아이가 언어폭발기에 말을 더듬거나 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모를까 지금은 일단 아이가 더듬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주면 된다.


교정해 주려 시도하지 말고 기다려주면 된다.


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조금 진정이 되긴 했지만


일주일 간의 영상노출이 혹시 영향을 주진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하였다.


아내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또한 한국에서는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푸켓에 오면서 아이 책을 챙겨 오지 않아 그런 영향도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아내랑 아이 책을 다섯 권 사 왔다.


집 안에 있는 시간에는 책을 읽어 주었다.


오랜만에 책을 보는 아이도 매우 좋아했다.


그리고 영상 노출을 다시 차단했다.


어떤 상황에도 다신 타협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상을 보며 조용히 앉아있는 아이의 시간에 편하게 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아이의 말더듬을 보며 느낀 괴로운 감정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었다.


이후 아이의 말더듬은 하루하루 빈도가 줄더니


일주일 정도 지나자 다시 원래대로


아니 그전보다 훨씬 다양한 어휘와 긴 문장을 구사하는 아이로 돌아왔다.


아내와 나는 생각했다.


아이의 언어폭발기에 일주일 간 영상을 보여준 것이 말더듬는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고.


사실 의학적 근거나 뭐 그런 건 없지만


경험을 통해 내 아이에게만큼은 적용된 사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두 돌 즈음 이럴 땐 아이에게 영상 보여주자라고 했었던 우리의 선택은


내게는 너무도 괴로웠던 순간을 남겨준 최악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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