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바로 낭만이었다.

철학, 낭만

by 살믄녀행


그저 그런 것들이 좋았다.


스치듯 머리를 때리고 가는 것들 말고


천천히 오랫동안 머무르던 것들.


술자리의 시끄러운 웃음과 함께 휘발되는 것들 보다

잔을 내려놓고 느린 템포로 듣는 옛 포크음악

같은 것들.


개쩔어 미쳤네의 문장들보다


나는 너는 나에게 너에게 같은 문장들.


언젠가 대학 동아리 술자리에서


취기와 함께 '나에게 우리는 어떤 의미인가'를

말하던 내게


분위기 깨지마 진지한 얘기 하지 말라던

친구들을 보며


나는 그런 것들을 숨기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방법보다 의미가 더 중요한 사람.


방법을 익히는 것보다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렵지만


의미를 모르는 방법은 내게


마음의 병을 안겨주었다.


그 반대인 우리 사회에서


나처럼 의미를 찾는 데 시간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비효율적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내에게만큼은 그런 것들을 온전히 보여주었다.


나는 아내를 만난 후 처음으로 그런 것들을

마음껏 떠들 수 있었다.


아내 또한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는 방법이 아닌

삶의 의미를 좇는 사람이었고


삶에 대한 철학을 함께 고민하였다.



그것이 낭만이었다.


나의 삶과 너의 삶, 우리의 삶


그것의 의미를 찾아가고


그 여정을 함께 공유하며


대화 나눌 수 있는 것.


내 한켠에 쌓아놓은 낭만을 아내가 찾아주었다.


별 거 없는 도시락, 캔맥주,

갑자기 떠난 즉흥여행이 아니라


네가 바로 낭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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